"요즘 일에 남자 여자 구분이 어디 있나요."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선물바구니(햄퍼·Hamper)' 꾸미는 일을 맡고 있는 '햄퍼맨' 성재환씨(27)는 "미개척지인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구니에 이것 저것 채워넣고 예쁘게 포장해 선물용으로 각 호텔들이 파는 햄퍼를 꾸미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영역. 성씨는 상품 기획과 물건 구매,구성,포장,판매 등 선물바구니가 탄생해 고객의 손에 넘어 가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 갈수록 선물세트의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조선호텔은 그동안 없던 이 분야의 전담 직원을 두기로 하고 평소 세심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이 돋보인 성씨에게 중책을 맡긴 것. 하지만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3년 가까이 일하던 그가 지난 4월 처음 발령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전혀 낯선 일인 데다 전임자도 없어 처음엔 솔직히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그는 구매자가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심리에 관한 책을 탐독했고 주변의 꽃집에서 포장법도 배우며 차차 이 일에 정을 붙여갔다. 추석은 이처럼 꾸준히 노력해 온 그가 실력발휘할 둘도 없는 기회. 성씨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채워지던 선물바구니에 '테마'라는 색을 입혔고 반응은 곧바로 찾아왔다. 파스타와 와인,올리브오일,치즈,수저와 포크,파스타 요리책에 식탁보까지 파스타에 관한 모든 것을 넣은 '이탈리안 홈 파스타 선물세트'는 하루에도 5∼6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오는 손님만 받았지만 성씨는 각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활발한 세일즈를 펼친 덕에 올 추석 선물세트 판매는 벌써 작년 추석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성씨는 "내가 만든 선물바구니가 사랑을 전하는 데 쓰인다고 생각할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