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종속회사) 경영진의 위법행위로 모회사(지배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직접 대표소송을 거는 이중대표소송(double derivative suit)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이성룡 부장판사)는 26일 염전개발업체인 화성사 주주 정모씨(64)가 자회사인 성담사 대표이사 김모씨(62ㆍ여)의 횡령 등과 관련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횡령한 돈 5억7천여만원을 자신의 회사에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중대표소송'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지배하는 경영진이 종속회사를 통해 부정행위를 한 뒤 대표소송자가 없어 책임을 회피하는 부작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함으로써 종속회사 이사들의 부정행위를 억제하고 종속회사의 손해를 회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지배회사 및 지배회사 주주의 손해도 경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법조계엔 주주가 지배회사에 종속회사의 잘못에 대해 소송을 내도록 청구(제소청구)할 수 있고 지배회사 임원에게 자회사 관리소홀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중대표소송은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게 일반적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자회사 경영진의 부정행위로 인한 지배회사의 간접 손해액을 평가하기 어렵고 종속회사 주식이 여러 회사에 분산된 경우 각 지배회사마다 대표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