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주목받는 러시아경제와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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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증시에서 돋보이는 두 나라가 있다.
인도와 러시아다.
이 중에서도 2001년 이후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한 러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주가는 지난해엔 40%,올 들어선 8월 현재 44% 급등했다.
2001년 이후 러시아 채권지수의 상승폭도 이머징마켓 채권지수의 무려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불과 5년 전에 외채상환 불이행(모라토리엄)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체제 개혁 이후 한동안 혼미상태가 지속됐고 중남미와 함께 최악의 외채 부담으로 고통받아왔던 러시아가 이처럼 급호전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해온 개혁정책이 주효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임 옐친 정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정 토지 사회보장 노동 기업환경 은행 독점기업 연금 등 개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 마디로 '제2의 페레스토로이카(개혁)'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국제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강세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 경상수지는 1999년 이후 매년 2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올 1·4분기에만 무려 1백1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외채문제와 국가신용도 개선에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경제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러시아경제는 2001년 5%,지난해엔 4.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6%대에 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 서방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채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면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 하반기까지 러시아의 외채정책은 런던클럽(민간채무)과 파리클럽(공공채무)에서 결정된 외채탕감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왔었다.
반면 푸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러시아의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 노력으로 대외신용이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채(起債) 시장에서 다시 유로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는 외채를 상환하거나 외채상환기간을 재조정(rescheduling)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의 외채문제는 언제든지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둘러싼 미국과의 마찰 등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언제든지 다시 악화될 소지가 있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부정부패,빈부격차,빈약한 산업경쟁력,마피아 경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전부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 있고 공산주의로 회귀하자는 국수주의 풍조가 확산되는 점도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러시아가 유망한 투자 대상 국가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내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와 세계경기 및 국제원자재 가격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점은 국제유가는 당분간 이라크 원유수출 부진과 주요 원유산유국의 테러 등으로 최소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목표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정책도 △기업환경 관련 7개 법안 △재정개혁 관련 7개 법안 △은행 관련 3개 법안을 중심으로 탄력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러시아경제는 앞으로도 5%대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주가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