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을 쓴 청장년 7명이 지난 18일 밤9시 40분께 저희 식당에 들이닥쳤습니다. '혼자만 잘살려고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는 한수원 사람들에게 밥을 팔았냐'며 위협을 했지요. 이들은 10여분간 행패를 부렸고, 두려움에 떨던 안사람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3일째 입원 중입니다." 원전센터를 둘러싸고 40여일째 진통을 겪고 있는 전북 부안군 부안읍의 모 식당주인(46)은 갈수록 흉흉해지는 민심에 착잡한 표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식당에서 행패를 부린 사람들은 촛불집회를 갖던 핵폐기장 반대시위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 부안은 원전센터 유치 찬반에 대한 토론의 장이 실종된 지 오래며 오직 반대 측 집회와 시위만 난무할 뿐이다. 결국 많은 부안사람들이 불법시위와 관련돼 처벌을 받아야 했다. 20일 현재 8명이 구속되고 43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9명은 수배 중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시위를 벌이다 즉결심판을 받은 사람도 75명이나 된다. 집회와 시위의 중심지인 부안읍내 군청사 주변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군청사로 통하는 길목은 덤프트럭과 컨테이너로 이중의 차단벽을 쌓았으며 대규모 시위가 없는 날에도 2천명 이상의 경찰 병력이 청사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군청사에서 1㎞ 남짓한 부안수협 앞 도로에서는 지난달 14일 원전센터 유치를 신청한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위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찬성하는 다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대 측 위세에 눌려 이들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살기 좋은 고장으로는 부안이 으뜸'이라는 뜻의 생거부안(生居扶安) 민심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을 뿐이다. 부안수협 근처 상가 주인들은 연일 계속되는 집회와 시위에 넌덜이 난 표정들이다. "핵폐기장 반대 집회와 시위로 한달 열흘간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집회 장소를 옮겨달라고 수차례 요구해도 핵대책위 측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급기야 식당을 내놓기로 작정을 했지만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수협 근처 식당 여주인은 그동안의 영업 손실액이 800만원이 넘고 언제 집회와 시위가 끝날지 모른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분은 밝히려들지 않는다. 혹시 언론을 통해 알려져서 해코지를 당할까봐서다. 최저 2천명에서 최고 7천명에 이르는 전.의경들의 식사도 부안지역 식당에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의경들의 식사값만해도 하루 5천만원 이상이 드는데 이들의 도시락을 김제시 등 인접 시.군에서 가져옵니다. 부안지역 식당들이 핵반대 시위대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부안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관의 말이다. 부안군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내외 원전시설 견학도 비밀작전처럼치러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시설 견학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교육 효과가 높은 것으로 보고 견학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안군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견학에 나선 군민과 공무원들은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핵폐기장 반대 범부안군민대책위'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책위 관계자는 "식당 난입 건은 다소 과장됐으며 이미 집회를 통해 공개사과했다. 핵폐기장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부안군민의 다수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로 인해 손해를 입고 있는 상가 주민들을 위해서 집행부가 그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 모든 책임은 근본적으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핵폐기장유치를 신청한 김종규 부안군수의 독선적 행정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부안=연합뉴스) 박희창.전성옥 기자 sungok@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