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언론매체의 최대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다. 잡지들과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은 연일 그의 출마를 표지 기사로 내세우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신조어로 제목을 장식하고 있다. 슈워제네거가 2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의 하나로 군림해 왔던만큼 그의 출마를 둘러싼 언론의 신조어는 대개 그가 출연했던 영화와 관련이 있다. 뉴욕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뉴스는 그의 대표작 `터미네이터(Terminator)'와 주지사(Governor)'를 결합한 `가비네이터(Govinato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82년에 나온 슈워제네거의 초기작 `야만인 코난(Conan the Barbarian)'에서 착안해 그를 표현하는 말로 `후보자 코난(Conan the Candidate)'이라는 말을 지어냈다. 90년에 개봉된 다른 영화 `토털 리콜(Total Recall)'도 언론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선 보도에서 자주 써먹는 제목이다. 사람의 기억조차 조작하는 미래 세계에서주인공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표현한 이 영화 제목에서 `리콜'은 `기억'이라는 뜻으로 쓰였지만 공교롭게도 이 단어는 선출된 공직자의 직위를 주민들의 투표로 박탈하는 `주민소환'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및 보선 관련 특집기사를 `토털 리콜'이라는 제목 아래 보도하고 있다. 슈워제네거가 출연했던 영화 `러닝맨(Running Man)'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그를 지칭할 때 사용했다. 영화에서 러닝맨은 미래 세계에서 죽음의 격투기에 출연하는 사람을 의미했지만 `런(run)'이라는 단어가 `선거에 출마하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 보선에 입후보한 그의 처지와 절묘하게 일치한다. `아널드'라는 이름을 변형한 신조어도 주간지와 타블로이드 신문의 제목에 빈번히 등장한다. 타임은 최신호(8월18일자) 표지 인물로 그를 실으면서 감탄사 `아하(Ah)'를 붙인 `아하널드(Ahnold)'라고 제목을 달았다. 물론 그의 출마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의도가 담긴 말이지만 일부 언론은 더 나아가 놀라움의 강도가 한층 더 클때사용하는 `Ahh'를 결합시켜 `Ahhnold'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 포스트는 슈워제네거가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빗대어 그의 이름에 `돈을 벌어들이다(Earn)'는 단어를 결합한 `어널드(Earnold)'라는이름을 지어내기도 했다. 슈워제네거가 출연했던 영화가 워낙 많고 대부분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점을 감안하면 영화 속 인물이나 사건에서 신조어를 지어내려는 언론의 경쟁은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언론의 이런 행태는 슈워제네거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크게 기여하겠지만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어엿한 정치인의 이미지 심기가 급선무인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선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