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비교적한산했던 오전과 달리 오후 들어 영결식을 하루 앞둔 탓인지 마지막 조문객들이 몰려 붐볐다.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밤새 빈소를 지킨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을 비롯, 셋째형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상주인 영선군, 정몽준 의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유족들은 애써 피로한 기색을 감추며 몰려드는 조문객들을 다정히 맞이했다. 지난 사흘간 각계 유력 인사가 대거 다녀간 탓인지 유명인보다는 일반인과 현대 관계사 직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나, 정.재계 인사들도 간간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오전 TV를 통해 정 회장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빈소를 찾아왔다는 재수생송동민(19)군은 "어제 조문하러 병원 근처까지 왔지만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다는생각에 돌아갔다가 오늘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오께 빈소를 찾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큰 일을 할 분이 비극적으로 생을마감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고 고민이 많았으면 자살이란 길을 선택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앞으로는 원칙과 투명성을 갖고 대북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대북사업이) 주춤할 것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좀 뒤로 물러나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들어 도올 김용옥 교수가 나와 유족과 장례절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뒤 김윤규 사장과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장례식장 4층 객실로 향했다. 오후 1시께 빈소를 찾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끝맺음을 잘 하셨더라면 좋을것을 이렇게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으며, 이어 도착한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오후 3시께에는 현대백화점, 현대중공업, 현대하이스코 임직원 100여명이 단체로 조문했으며, 해인사 주지 세민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전국교구불사 소속 주지 스님 12명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어 시민단체 활빈단의 한 여성단원은 조문을 마치고 빈소 앞에서 `민족기업인을 죽음으로 무참히 내몬 정치권 대오각성'이라는 문구를 쓴 검은 천을 들고 시위에나서 장례 진행요원들과 한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4시께 대검찰청을 대표해 이례적으로 빈소를 찾아 공식조문한 김종빈 차장검사는 "고인이 유익한 일을 많이 하신 분이고 인간적으로 조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검찰총장과 회의를 가진 끝에 오게 됐고, 유족들에게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어 검찰 수사로 인해 심경 변화를 일으켜 정 회장이 자살했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우리는 수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고 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했을뿐"이라며 "무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 기업인, 시민운동가, 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금강산 사랑운동본부 회원 20여명은 이날 단체문상을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고 정몽헌 회장이 추진해온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간의 공동사업으로 민족공존을 위해 남북당국이 나서서살려내야 할 공공재 개념의 민족적 통일사업"이라며 "남북 당국은 금강산관광 임시중단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해 남북민간교류사업을 증진시켜고인의 뜻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성구, 임진출 한나라당 의원,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이영택 국무조정실장, 윤진식 산자부 장관이 연이어 빈소를 찾았고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경남대박재규 총장,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도 조문을 했다. 일반인의 조문도 이어져 정 회장의 죽음에 대해 충격을 받아 개량한복을 차려입고 빈소를 찾은 시민 박춘신씨는 "한국경제발전과 남북화합, 조국통일에 크게 기여한 진짜 아까운 사람"이라고 탄식하며 방명록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또 익명의 40대 남자는 "현대아산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업"이라며 10만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아산측은 이날까지 나흘간 빈소를 찾은 조문객수가 8천여명에 달하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이 율 오세형 기자 humane@yna.co.kr yulsid@yna.co.kr coolbu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