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른 어떤 나라의 CEO들보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그만큼 기업경영의 의욕을 꺾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입수해 7일 공개한 다국적 종합컨설팅사인 액센츄어의 세계 22개국(사회주의국가 제외) CEO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CEO 가운데 70%가 "국민이 기업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22개국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기업의 투자가 저조했던 브라질(53%) 아르헨티나(55%) 국민의 기업에 대한 정서가 한국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기업 활동이 활발한 네덜란드의 기업인들 가운데 반기업 정서를 우려한 CEO는 13%에 불과했으며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는 각각 18%, 28% 수준이었다. 대한상의는 반기업 정서 확산 배경으로 △외환위기 책임의 기업 전가 △기업인 처벌 등 과시성 기업정책 관행 △중ㆍ고교 경제관련 교과서의 기업역할 왜곡 서술 등을 들었다. 김효성 대한상의 부회장은 "국민의 반기업ㆍ반기업인 정서가 바뀌지 않는 한 노사갈등은 물론 국내기업의 국내투자 위축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기업인들이 반기업 정서로 매도당해 기업할 의욕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반기업 정서 퇴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과서 개정 작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를 실천하기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