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으로 그동안 현대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남북간 경제협력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현대아산은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평가받아온 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해남북경제협력사업의 물꼬를 텃고 이른 바 북측과 '7대 경협합의서'를 맺어 사실상남북경협의 전권을 쥐고 있으며 북한도 개성공단 등과 관련한 현대의 사업권을 인정하면서 현대를 유일한 사업 파트너로 인정해 왔다. 정회장 사망으로 일단 가깝게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갈 예정이던 평양실내체육관 준공식팀의 방북일정을 비롯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건설 실무협의 등이 차질을 빚거나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심각한 자금난 속에서 적자투성이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겨우겨우 끌고 나가고 있었고 정 회장은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특히 정부의 금강산 관광사업 '보조금도 야당의 반대로 중단되자 직원 해고와임금삭감 조치속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예약객이 모두 차 있는 상태이고 정 회장이 그의 유서에서 김윤규 사장에게 '모든 대북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주문한 만큼 현대아산측으로서는 어떻게든 금강산관광사업 등의 지속적인 추진을 희망하겠지만 추진동력이었던정회장의 사망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측에서 현대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정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북측과의 경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전체적인 대북사업이추진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달리 현대아산이 추진해온 사업들이 자금난 속에서 공기업과 연관성을 맺으면서 사업권의 축이 이동해 왔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큰 차질 없이 추진될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 건설은 한국토지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은 한국관광공사가 현대아산과 사실상 '동업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연결사업을 비롯한 남북 당국간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북측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사업은 남북 당국이 중심이 돼 전개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현대가 대북경협에서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사업들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정회장의 사망은 법과 제도가 다른 남북간의 경협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과 향후 남북경협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회장의 사망으로 남북경협이 오히려 더 촉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