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술에 실패한 이란의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가 전세계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난 뒤 분리수술대에 오른 한국의 샴쌍둥이 사랑.지혜 자매는 '눈물'을 `웃음'으로 되돌릴 소망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 3월4일 이 자매가 태어나기 직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분만실에서 아버지 민승준(34)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간 수치가 안좋아 제왕절개를 하면 생명이 위험한 산모와 태내에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제왕절개를 해 낳아야 하는 동생 지혜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것이다. 짧지만 너무나 깊은 고민을 한 뒤 민씨는 산모의 자연분만을 선택했고, 산모와 자매 모두가 무사한 가운데 민씨 가족은 서로 '첫 대면'을 했다. 민씨 부부는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이렇게 만나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1초 차이를 두고 태어나 언니.동생이 된 사랑이와 지혜는 엉덩이 부분이 붙어있어 서로를 마주볼 수도 껴안을 수도 없는 샴쌍둥이다.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킬 때에도 세명 이상의 어른이 아이들을 들어 줘야 했고, 둘 중 하나가 몸이 불편하면 울거나 뒤척이다 결국 둘다 불편해질 수 밖에 없는 등 부모에게는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이 자매는 샴쌍둥이가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장애인 지원을 받을 수 없었으며 각종 사회보호단체들도 이러한 희귀사례에 대한 지원을 곤란하게 여겨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분리 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야만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이 자매의 부모에게 의료비는 커다란 장벽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두 아이를 치료해 보통 아이처럼 자랄 수 있는 희망의 길을찾는 게 우리 부부의 목표"라고 당당히 밝힌 민씨 부부는 운영하던 PC방을 처분하고해외의 난치병 학회 등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구하는 등 노력을 계속했다. 지난 7월8일 이란의 비자니 자매 수술 실패소식을 듣고 한동안 낙담했다는 민씨부부는 14일 분리수술 진단차 싱가포르의 래플즈 병원으로 떠나 16일 정밀검사를 통해 병원으로부터 '수술 뒤 생존 가능성이 85% 이상'이라는 소견을 듣고서 희망을 갖게 됐다. 이어 22일 실시된 1차 분리수술에서 의료진은 일단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부모 앞에는 1차 수술비 3천600만원은 물론 추가 수술과 재활치료 등 최소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해야 할 부담이 놓여있다. 다행히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시민들로부터 모금액이 쇄도, 이날 현재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 1천300여만원,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lovewisdom)를 통한네티즌 모금액이 1천600만원에 이르는 등 모금이 늘고 있어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