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7.12∼15),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3자 속 양자회담'후 '다자회담'으로 가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과 북한이 합의한 내용이나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 및 동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중국 특사 방북을 기점으로 북 핵 위기가 협상국면으로빠르게 전환되는 듯한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5일 "다이 부부장의 조선(북한) 방문은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베이징(北京)회담을 지속시키는데 유익했다"고 밝혀 2차 베이징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쿵 대변인의 이런 입장은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다이 부부장의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파월 장관은 일단 긍정적이면서도 기대석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16일 리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를 언급하면서 "북 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해법의 통로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좋은 상태(diplomatic track is alive and well)"라며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구도에서 모종의 사태진전을 기대하고 있다"(Iexpect to see some developments along that track in the very near future)라고말했다. 북한측에서도 긍정적인 입장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6일 "문제를 해결하자면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우리의 핵억제력을 동시 조치로 풀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 계획을 포기한다면 미국도 대조선(북) 적대시정책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미 양자대화를 강조하면서 '핵 계획 포기'라는 표현 대신 '미국의 우려사항 해소' 등과 같은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왔다는 점에 비춰볼때'핵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언급한 것은 중국 특사 방북 이후 달라진 모습이라고 볼수 있다. 또 미국쪽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선(先) 양자대화 후 다자대화' 입장을 이해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17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양자회담 형식으로 시작해 다자회담으로 나간다면 미국과 북한 양측이 모두체면을 살릴 수 있고 미국은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16일 베이징 주재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 중국 특사가 북한측에 '다자대화 속에서 별도로 양자대화'를 갖는 방안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북-중 양국이 2차 베이징(3자)회담 개최에 대체적인 합의를 본 가운데 미국측에서 북-미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북-미가 우선 만나 본질적 문제를 논의한 뒤 한-일-중-러 등 주변국들이 모두 참가하는 다자대화로 갈 수도 있음을시사한다. 러시아의소리방송이 16일 중국 특사의 방북 성과를 논평하면서 "러시아는 지난4월 베이징에서 중국의 참가 밑에 진행된 조선과 미국 사이의 회담을 열렬히 환영했다"며 '3자속 양자' 구도를 분명히 한 점도 주목된다. 이 방송은 또 "모스크바는 유관국들이 참가하는 조건에서 대화를 진행할 것을일관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밝혀 '3자회담 후 다자회담' 방식을 시사했다. 다자대화는 북-미 합의를 보장하는 역할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오핸런 연구원은 "협상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이행하는데 있어 궁극적으로는 여러 나라들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본의 도쿄(東京)신문도 16일 북한이 5자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회의 참가국들이 공동으로 북한의 안전을 보증하는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베이징회담(4.23∼25일) 개최 후 한 달만인 5월24일 담화를 발표, 미국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쌍무회담에 나서면 미국이 원하는다자 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