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의 조타수인 마흐무드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가 지도력 위기를 맞이함에 따라 중동 평화 전망을 어둡게하고 있다. 강경 노선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는 달리 유연한 태도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중동평화과정의 재시동을 이끌어온 압바스총리는 팔레스타인 내부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의 중심적인 정치 조직인 파타운동은 압바스 총리가 이스라엘과 협상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며 그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파타운동의 내분 양상은 급기야 압바스 총리로 하여금 지난 8일 파타 중앙위원회에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파타 중앙위원회는 압바스 총리의 사퇴서를 반려하기는 했지만 대(對) 이스라엘협상 전략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내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협상 과정에서 압바스 총리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어 이 문제가 중동평화 과정의 중요한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파타 운동 지도부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6천명 전원을 무조건 석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겨우 350명만을 석방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팔레스타인측의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이스라엘측은 석방 규모를 조금 늘리겠지만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마스 및 이슬람 지하드 대원들의 석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중동평화 로드맵에서 합의한 대로 지난 주 가자지구 일부와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서 병력을 철수시켰으나 팔레스타인측이 추가적인 무장해제를 실행할 때까지 다른 지역의 철군은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평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취하지 않을 경우 압바스 총리 정부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압바스의 실각은 곧 중동평화과정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스라엘 뿐 아니라 중동평화 로드맵을 후원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루살렘 AP=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