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경공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한의 경공업은 지난해 2.7%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건설업과 농림어업 다음으로 호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같은 성장 기반을 토대로 해외 합작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리주오 경공업상은 8일 세르게이 다르킨 러시아 연해주 지사와 회담하고 ▲합작벤처 기업 설립 ▲전문가 및 기술 교류 ▲상품 매장 상호 교환 개설 등이 담긴 경공업 부문의 협력의정서를 채택했다. 경공업 대표단의 연해주 방문에 맞춰 2일부터 나흘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4개 북한 기업이 모자, 가방, 구두, 여성ㆍ아동 의류, 각종 주류, 화장품 등 46개 품목의 제품을 전시해 앞으로 이 분야의 합영, 합작이 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또 무역성은 오는 15일부터 일주일 간 평양에서 열리는 무역투자상담회를 통해 비단가공 설비 현대화 등의 외자유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북한 최대 섬유.의류 무역회사인 은하무역총회사도 지난 4월 중순 이집트에서교역상담회를 열어 이집트 업체들과 의류 완제품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고 KOTRA는전했다. 북한이 경공업의 해외 합영, 합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올 초부터예고됐다. 경공업성 민일홍 부상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 '조국'(3월호)과의 인터뷰에서 "옷 가공분야에서 다른 나라와의 합영, 합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있다"며 "올해 동아시아 국가와 유럽을 비롯 세계 여러 나라와 합영, 합작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3월 23~24일에는 '경공업부문일꾼회의'를 열어 공장 현대화와 생산품 확대,지방공장 원자재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지역과 경공업 부문의 합영ㆍ합작회사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단기간 내 많은 외화자금을 벌어들여 이 자금으로 생산품 확대에 필요한 공장 현대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민 부상은 이와 관련, "경공업제품의 질을 높이고 수출품목을 확대해 합영, 합작을 많이 하려 한다"며 "이렇게 되면 인민소비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우리 자체로도 넉넉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은 "내부시장 공급확대와 산업시설 개건을 위한 외화자금 조달 성격이 강하다"면서 "합영, 합작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대외 정치외교 관계와 투자환경을 비롯 과거 사업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