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50억원의 실체를 풀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영완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 정작 김씨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견 표명도 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김씨는 미국에서 가족들과 합류, 장기 체류 가능성을 비치고 있어 현대 비자금의 실체 규명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현대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주체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중이지만 김씨가 귀국하지 않는 한 향후 수사가 개시되더라도 다소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송두환 특검팀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박 전 장관이 현대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의 세탁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김씨는 그후 현금과 무기명 채권 등 100억원대 금품을 작년 3월 자신의 집에서 털린 사실이 최근 외부로 드러나고, 당시 청와대와 경찰이 이 강도사건을 은폐 축소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김씨는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나날이 눈덩이처럼 부풀어가고 있음에도 가까운 주변 인사들에게 조차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 3월 대북송금 특검법이 국회에 통과되자 서둘러 출국하면서 그는 일부 주변 인사에게 "영구히 귀국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져 '무슨 말못할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새 특검이든 검찰이든 누구라도 `150억원' 수사를 맡게 될 경우 자신의 부하직원 임모씨와 함께 `입국시 통보' 조치된 김씨를 귀국시키는 문제가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 김영삼 전대통령의 장남 현철씨 비리 사건 수사당시 검찰은 현철씨의 측근으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L씨가 해외 체류중 귀국을 거부하자 L씨의 국내 재산 강제 환수 등 초강수로 `협박', 귀국케 한 경우도 있다. 특검 수사결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김영완씨를 통해 정상회담 준비비용조로 150억원을 요구했고,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2000년 4월 중순 CD1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있다. 누가 수사를 맡게 되든 `150억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김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150억원'과 강탈당한 100억원대 현금 및 채권과의 관계 등을 규명하는 것은 김씨 본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전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2000년 3-4월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및 현대의 대북경협사업 추진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정황 등 새로운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새 수사주체가 김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얼마만큼 파헤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