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주도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은행 노조 부위원장 이용규(39)씨가 급작스런 아내의 죽음으로 영장이 기각됐다. 이씨의 부인 이모(39) 씨는 지난 1일 전남 광주에서 긴급체포돼 서울 중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남편을 면회하기 위해 3일 오후 집을 나섰다가 불의의 고통사고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수배중 검거된 남편의 면회를 앞두고 급히 집을 나섰던 이씨는 이날 오후 2시 9분께 서울 성북구 돈암동 19-77 삼성아파트 앞 건널목을 건너던 중 아파트 입구 쪽으로 우회전하던 서모(24)씨의 서울 04가 8083 지게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곧바로 인근 고대 안암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응급수술을 받던 중 오후 5시50분께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이용규 부위원장을 상대로 경찰이 신청한 영장도 기각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지검의 지휘를 받아 이 부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했으나 담당검사는 이 부위원장 부인 이씨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이 같은 사연을 영장기재 범죄내용에 첨부해 담당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했다. 담당판사는 4일 이씨를 불러 영장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씨 부인의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사유를 참작해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부인의 참변과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이 부위원장은 석방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씨는 "아내의 마지막 순간도 제대로 못지킨 남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부인의 영정 앞에서 오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었다. 이날 빈소에는 한국노총과 산하 금융산업노조 간부들, 조흥은행 경영진, 동료노조원들이 밤늦도록 찾아와 조문을 했다. 이씨 부부는 슬하에 아들(9.초등 2년)과 6살배기 딸 등 2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금슬이 좋아 `원앙부부'라는 소문이 은행 안에서도 자자했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은 지난달 파업동안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며 무리없이 파업을 이끄는 등 주위 동료들로부터 신망이 높았다"며 "남편 면회를 하러가다 부인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직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이율기자 jamin74@yna.co.kr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