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50)씨가 미국 출국전 여권의 실세였던 K씨와 만났으며 남북정상회담 무렵 현대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상자 수십개를 집으로옮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김씨 주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국정개입 논란의 단초가 됐던 G클리닉 원장 박경식(48)씨는 "지난 2월23일 저녁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음식점에서 K씨와 김영완씨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당시에는 누구인줄 몰랐으나 최근 언론에 나온 김씨의 얼굴사진을 보고김씨였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K씨가 당시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은 나를 보고 매우당혹해했다"고 전했다. K씨측은 이에 대해 "당시 대치동 음식점에서 박경식씨를 만난 것은 맞다"며 "오픈된 홀에서 K씨를 비롯해 전직 지구당 위원장 등 당 관계자 등 5명이 저녁 식사를했으며 김영완씨가 당시 동석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K씨측은 또 "그때 뒷자리에서 부인과 식사를 하던 박씨가 먼저 우리 자리로 건너와 명함을 건네고 K씨한테 인사를 했고 그게 전부"라며 "그 자리에 김영완은 무슨김영완이냐. 허위사실 유포 등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을 공포한 직후인 지난 3월25일 미국으로 출국한뒤 잠적했다. 또한 김씨의 전 운전기사 등 주변 인사들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무렵에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뒷길에서 김씨의 지시에 따라 다른 차에 실려있던 14개 가량의 라면상자를 집으로 옮겼다"며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송두환 특검팀이 밝힌 현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 어치의 돈세탁 시점과 시기적으로 일치, 비자금 CD를 돈세탁한 현금을 김씨가 관리했던 정황을 뒷받침하는 게 방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당시 수시로 외부에서 현금이 든 것으로 보이는 상자 수십개를 집으로운반해오거나 검은 손가방을 들고 나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등 수상쩍은 행태를 보였다고 주변인사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