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노조 등 금속연맹 소속 대기업 노조가 목표로 하고 있는 '산업별 단위노조(산별노조)'란 무엇인가? 이들 대기업 노조는 현재의 '기업별 노조' 체제를 '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26일부터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산별노조란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직종이나 기업을 초월하여 조직하는 노조로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 등 금속업종 대기업 노조의 경우 가결되면 '금속노조'에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산별노조로 조직형태가 바뀌면 현대자동차노조 등 현재의 기업별 노조는 '금속노조 지부(회)'가 되고 원칙적으로 금속노조가 사용자 단체나 대표와 임금인상및 단체협약 개정협상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에따라 기업, 직종, 산업별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으며 이미 금속, 보건의료, 금융산업노조 등 전국에 30여개의 산별노조가 설립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초 기업별로 노조가 조직됐으나 지난 63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산별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으며 80년에 다시 기업별 노조를 의무화 했다가 87년에 자율적으로 조직형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산별노조 전환의 목적은 첫째 노조의 인적.재정적 규모를 중앙으로 집중, 확대해 정책개발을 활성화하고 전문성을 높이려는데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집행부가 산별노조 전환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데 산별교섭을 해야 주5일제 근무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사회.정치적 요구를 쟁취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의 목적은 기업간 임금 격차나 근로조건의 차이를 완화하는 것으로 금속업종의 160여개 중소사업장이 이미 금속노조를 설립한 것도 이를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정치적 입지와 목적을 고려하고 있는 집행부와 달리 일반 조합원들은 산별전환에 시큰둥하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좋은데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같이 협상해봐야 집행부의 입지만 키워줄 뿐 실익은 없으며 오히려 손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현대중공업 등 몇몇 대기업 노조가 산별전환 투표를 했다가 '투표조합원 3분의2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실패하고 갈수록 산별여론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입증하는 것이다. 집행부가 공통 요구안은 산별 중앙교섭을 하지만 임금이나 복지 등 에 대해서는'위임' 받아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볼 것 없다고 설득하고 있지만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 사용자들이 산별전환을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은 노조가 이처럼 중앙교섭과 개별교섭을 병행하면 2-3중 교섭에 따른 시간, 인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결국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사용자는 물론 상당수 조합원들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업장별로 임금이나 근로조건의 차이가 너무 커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데다 노조집행부의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