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 등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은 최근 우리 나라의 올해 성장 전망을 크게 낮췄다. 기껏해야 3%대 초반이고 심지어는 1.9%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에 따라 0.25% 포인트의 콜금리 인하와 4조원의 추경 편성으로 4% 성장을 장담했던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 판단이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금까지의 경기 부양으로 4% 성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7월 중금리 인하 등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성장률 전망치 일제히 하향조정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4%에서 이달 25일에는 3%로1% 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삼성은 특히 2.4분기 성장률을 1% 안팎으로 추정해 충격을줬다. LG경제연구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3%로 수정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1일 3.5%였던 종전 전망치를 2.9%로 끌어내렸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세계 경기 침체와 사스,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데다 소비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우리 경제를 암울하게 보기는 마찬가지다. HSBC는 지난 24일 우리 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1.9%로 대폭 낮췄고 씨티그룹도 지난 18일 종전의 4.1%를 2.2%로 크게 내렸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예상 성장률을 종전의 4.3%에서 3.3%로, 내년의 예상 성장률은 5.3%에서 5%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리만 브러더스는 지난 17일 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해 최근 나온한국에 대한 국내외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높았다. ◆ 고민하는 한국은행 국내외 연구기관이나 투자자들의 경제 전망이 대부분 비관적으로 흐르면서 지난달 콜금리 0.25% 포인트 인하와 4조원의 추경 집행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4%의 성장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던 정부와 한국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은은 다음달 10일 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에 수정된 성장률 전망치를 보고하기로 했다. 박승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에서 이달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5월 콜금리 인하와 4조원의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 4%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은 내부에서조차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악화된 경제 여건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 후반으로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다음달 금통위에서는 콜금리 추가 인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일정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 성장이마지노선이며 이의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라도 금리를 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투자나 소비 부양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은 반면 부동산투기 재연 등 부정적 효과가 커 한은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투자와 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금리 인하 압력이 강하지만 이제 겨우 진정된 부동산 문제 때문에한은이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투자와 소비를 진작해야 하지만 경기부양책으로 해결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쌓아 두고 있는 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정책이나 기업정책 개선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