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자동차 충돌사고가 났다. 받힌 자가 '대∼한민국' 하니까,받은 자가 '짝짝짝-'박수를 치고 화해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스페인과의 경기가 있던 날 광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풍경이었다. 그래서 '필승 코리아'는 '피스(peace) 코리아'와 같은 뜻으로 통했다. 노사갈등이 이런 식으로 풀릴 수는 없을까. 조흥은행 파업사태가 풀렸지만 한숨 돌릴 만한 일이라고 반기기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해놓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고무줄 법과 원칙'이 아닌가. 부산·인천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서도 정부 부처간에 합법과 불법의 판단이 엇갈린다. 철도 택시 버스가 줄줄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교사들은 지난 21일 연가투쟁에 이어 오늘 민주노총 부분파업참가를 위한 조퇴투쟁을 한다. 교통수단 이용객도 학생도 일반 국민들도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모두 나서면 어떻게 될까. 국민들의 분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걸 왜 모르는가. 2002년 6월,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했다. 이 땅에 태어난 기쁨을 만끽했다. '붉은 악마'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활력을 솟게 했다. 2003년 6월은 어떤가. 어디를 봐도 상쾌한 구석이 없다. 파업현장의 붉은 머리띠는 '붉은 악마'의 신선함과 전혀 다른 충격을 던지고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압박축구로 성공했다. 경기 내내 상대선수보다 더 많이 뛰어 공간과 시간을 선점하고 지배하는 작전이었다. 쉴새없이 뛰는 한국선수들에게 세계의 강호들이 무너진 것을 우리는 보았다. 그들을 꺾은 것은 기술이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많이 뛰었기 때문이었다. 8강에 오르기 위한 이탈리아전을 기억하는가. 경기종료 직전 절망적이었던 순간 동점골이 터졌고,연장 후반 골든골을 넣어 승리한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에 따낸 승리였다. 한국의 고도성장도 국민들이 열심히 뛴 결과였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오르자 선진국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IMF위기를 당하고서 착각이라는 걸 알았다. 1998년에 6천7백달러선으로 곤두박질친 후 2002년에야 겨우 1만달러에 복귀했다. 얼마나 멀리 뒷걸음질쳤는가. 다시 뒤로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는 축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사는 데 재미가 덜할지 모르나 별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다. 축구는 상대 골문에 골을 많이 넣으면 이긴다. 골을 넣으려는 선수와 이를 막으려는 선수와의 경쟁은 치열하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체력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하고 작전을 짠다. 반칙은 용납되지 않는다. 경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값을 낮추려는 경쟁을 벌인다. 축구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다. 축구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뛰지 않는 선수는 당연히 교체한다. 파업을 해도 기업에 족쇄를 채워도,경제는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공장이 멈추고 생산에 차질을 빚어도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다. 반칙과 불법에 책임을 묻는 일도 생략한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느 골문을 가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실력이 모자라는 팀이 이기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에서 그런 예는 거의 없다. 비싸고 질 낮은 상품과 서비스가 선호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내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잘못 제시된 국정청사진을 바꾸라고 쓴소리를 했다. 국론이 분열되고 이익집단간 충돌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확대될 경우 중남미형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했다. 23일 경제5단체는 "망국적 파업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회사 닫고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무원칙 대응을 성토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고도 했다. 한국경제 무너져 내리는 소리,걱정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러고서도 '동북아경제중심'건설이 가능하며 외국인투자가 늘어날 것인가. 세계는 우리를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파업대응에 어정쩡한 정부의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축구에 들이는 정성의 얼마만이라도 경제로 돌려라. yoodk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