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과 MBS(주택저당채권) 발행 한도를 크게 늘리고, 유동화 대상을 모든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키로 함에 따라 서민들도 집값의 30% 정도만 있으면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대출 상환기간이 대부분 3년 이하로 짧은 기존 주택관련 대출을 20∼30년짜리 장기 대출로 바꿔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에도 가계 및 금융기관의 연쇄부실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 법률제정 배경 국내 주택금융 규모는 지난 1ㆍ4분기 현재 2백24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3년 이하의 만기일시상환 대출이 77%선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경우 주택대출 기간이 통상 20∼30년의 장기 구조를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단기대출 구조는 결국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서민들에게 3년마다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목돈이 없으면 내집 마련도 사실상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로 최근 2∼3년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해 결국 은행 등 금융기관까지 부실화할 우려가 큰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활성화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고 △대출금은 살면서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하면서도 △장기대출에 따른 금융권의 리스크와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장기 주택금융을 전담할 주택금융공사의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사들여 유동화하면 금융회사들은 채권매각 대금을 재원으로 장기 대출상품을 개발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서민이나 중산층 주택수요자들은 초기에 집값의 30% 정도만 부담해 내집을 마련하고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는 20∼30년에 걸쳐 조금씩 나눠 갚을 수 있다. 또 학자금 대출 유동화가 활성화되면 등록금을 은행에서 장기로 빌린 뒤 취업한 뒤에 조금씩 갚아나가면 되는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년만기에서 20년 이상의 장기로 바뀌게 되면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부실 우려를 크게 줄일 수 있고,장기 채권시장이 활성화돼 보험사나 연기금 등에도 투자처를 제공하는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문제점은 없나 장기 주택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무엇보다 시장수요가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장기대출 상품의 금리와 소비자들의 기피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농협이 지난 3월 MBS를 활용해 첫 선을 보인 1천억원 규모의 장기(11∼15년) 주택담보대출의 판매실적이 이달 현재 1백7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의 대출 재원이 풍부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