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별검사팀이 16일 박지원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함으로써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특히 그는 그동안 특검 안팎에서 '특검의 최종 목표는 박 전 장관의 사법처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이번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간주돼 왔다. ◆ 대북송금과 정상회담 관련성 조사가 초점 =박씨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예비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DJ 정부의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상대로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관련성 △산업은행에 대한 대출압력 행사 여부 △김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는지 여부 등 북송금 의혹 전반에 걸쳐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 전 장관은 2000년 3월 초 김 전 대통령 유럽 순방 당시 현대를 통해 북측으로부터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받고 이를 김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북송금을 사전에 보고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조사를 위해 이날 이기호 전 수석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 대질조사를 벌였다. ◆ 박씨 진술 따라 김 전 대통령 조사 여부 결정될 듯 =특검팀은 또 현대그룹 불법 대출과 관련한 박 전 장관의 개입 여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5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이기호 전 수석과 함께 현대상선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또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천억원 수표중 일부가 사채시장을 통해 현금화된 정황을 포착, 이날 사채업자들을 불러 돈세탁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이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입증되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서 북송금 실체를 털어놓을 경우 특검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관심의 대상은 김 전 대통령의 조사 및 사법처리 여부다. 그동안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조사결과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조사와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혀 왔다. ◆ '내가 책임질 것' =박 전 장관은 이날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 수사에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하겠으며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어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대통령 특사로 참여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했다. 만약 지금 그런 임무가 또 부여된다면 더 성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한다"며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당당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