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제가 도입됨에 따라 ECN이 시장 구실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ECN이 활성화되려면 장기적으로 주문 체결 시간을 30분보다 더 단축해야 합니다." 이정범 한국ECN증권㈜ 사장(43)은 8일 앞으로 새로운 매매제도가 적용될 ECN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가격변동이 허용되면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ECN을 하루 거래대금이 1천억원 이상인 '틈새증시'로 만드는 게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ECN은 현재 하루 거래대금이 40억원도 안되는 날이 많다. 거래소시장의 웬만한 종목 한 개보다 거래대금이 적다. 이렇다보니 거래대금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한국ECN증권㈜의 실적은 지난해 약 4억원의 매출에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초라했다. 이 사장은 또 "ECN은 정규시장보다 신뢰성이나 투명성이 떨어지는 만큼 주문 체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당장은 어렵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주문 체결 시간을 거래소나 코스닥처럼 바꾸는 게 맞다"고 말했다. ECN은 당초 정규시장처럼 실시간 주문 체결 방식으로 출발했으나 이번에 가격변동이 허용되면서 주문 체결이 30분마다 1번씩 이뤄지는 방식으로 '후퇴'했다. 정규시장보다 시장 감시기능 등이 취약한 상황에서 실시간 주문 체결이 이뤄지면 데이트레이딩이 성행해 ECN이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감독 당국의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97년부터 3년간 한국증권연구원에서 증시 제도를 연구하다 2001년 6월 한국ECN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