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층 건물신축과 금융위기 관계설을 함의하는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세계 최고층 건물의 건설에 나섰던 국가가 항상 금융위기에 봉착했으나 한국은 이같은 우연의 일치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지역 전문가인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가 4일 전망했다. 페섹 칼럼니스트는 `한국에도 마천루의 저주가 오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높이 580m짜리 국제비즈니스센터(IBC)를 오는 2008년 서울 상암동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13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빌딩이 세워지면 높이 452m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의 이같은 좋은 소식과는 달리 이는 문제의 조짐이 될 수 있다면서 그것은 세계 최고층 빌딩의 건설 계획과 금융위기의 불가사의한 관계를 지칭하는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위험 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완공한 지난 90년대 후반은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이 나라의 경제가 엉망이었고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가 세워질 1970년대 중반에는 물가가 폭등하고 뉴욕시는 재정위기에 빠지는 등 거대한 건물 신축 계획은 괴이할 정도로 정확한 경제지표가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앞서 1929년과 30년에 건립된 뉴욕의 월스트리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침체기인 `대공황'과 때를 같이 했다. 이와 관련, 홍콩에 있는 도이체방크 증권의 앤드루 로런스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현상을 감안한 `마천루 지수'를 내놓기도 했다고 페섹은 설명했다. 로런스가 내세운 논리의 핵심은 과다한 통화 팽창으로 과잉투자와 투기자본 등을 한층 가열시키면서 건설업자는 물론 투자자와 정치인들도 세계 최고층 빌딩을 가지려는 꿈을 갖게 된다는 것. 고층 빌딩의 건립을 위해서는 설계와 기술은 물론 '만지기 쉬운 돈'이 필요한데이 돈은 초대형 빌딩의 건설과 경제의 거품을 유혹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결론이다. 페섹은 하지만 한국이 현재 북핵 문제와 SK 글로벌의 회계부정, 부동산의 거품, 가계부채 등의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20세기에 유행한 이러한 가설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많은 부분을 뜯어 고쳤고 투명성 제고와 부채 감소를 통해 은행의 체질을 개선했으나 재벌개혁 문제와 카드회사의 부실, 부동산의 가격폭등 등 해결돼야 할 문제점도 여전히 많은 상태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최고층 빌딩의 건설 계획이 발표된 직후 곧바로 금융시장의 붕괴와 심각한 경기후퇴로 이어졌으며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이 완공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이같은 '마천루의 저주'라는 불행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도쿄 블룸버그=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