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예금이자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진 요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동산 임대사업에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은퇴 이후를 노리고 상가나 점포 겸용 단독주택 등을 마련하기 위해 꼼꼼하게 자금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겉으로 봐서는 정말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임대사업도 위험요소는 있게 마련이다. 특히 서울 대로(大路)변 요지에 중·대형 빌딩을 1∼2개쯤 가지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 가운데는 '골치 아픈'임차인들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강남 논현동에 50억원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L씨는 주변 상권이 활성화돼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고급 룸살롱을 들였다. 그러나 요즘 그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고 보니 자신의 건물에 들어온 업소가 '주먹 꽤나 쓰는'사람들과 연계돼 있었던 것이다. 처음 한두 번은 임대료를 제때 내 안심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를 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커피숍으로 불러내 "좋은 게 좋은 것 아닙니까"라며 '타이르듯'얘기하더라는 게 L씨의 설명이다. 용인 죽전에 10억∼20억원대 건물을 가지고 있는 중견기업 간부 K씨는 택지지구 입주 초기에 토지 매입부터 시작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건물을 지었다. 또 공사가 마무리된 후에는 건물 짓는데 도움을 많이 준 지역 공인중개업자를 1층에 입주시켰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입주한 중개업자가 "월임대료는 이 정도 수준이 적당하다"며 협상을 좌지우지하려고 한 것이다. "괜히 틀어졌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역 공인중개 업계에서 '왕따'당하면 안 좋은 소문이 날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다"는 게 K씨의 설명이었다. 하나은행 골드클럽 임동하 부장은 "임대수익도 중요하지만 임차인의 질(質)은 더욱 중요하다"며 "계약서를 작성하기 이전에 입주를 원하는 사람의 자질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