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가 올들어 급증한 것은 경기가 좋지 않고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SK글로벌 부실과 카드채 시장 경색 등에 데인 금융기관들의 대출 축소로 기업 부도와 개인 파산이 늘어 이것이 압류와 경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아파트 매물이 많이 나온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 공장들이 매물로 쏟아지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한 특징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 재테크팀장은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가압류된 부동산의 경매 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서울지방법원 경매계에 따르면 지난 1∼4월중 경매신청건수는 모두 1천1백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특히 지난 4월중 경매로 나온 새 물건 수가 6백61건에 달하면서 지난해 11월(6백71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지법 경매계 노강식 과장은 "지난해 11월께부터 경매신청 건수가 늘기 시작했다"며 "다세대 등 일반주택을 대상으로 은행권이 경매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경매신청이 느는 가운데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물건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지법의 경매 낙찰률은 올 1∼4월중 9.9%로 지난해 14.3%를 크게 밑돌았다. ◆ 부산 =부산의 경우 부산지방법원에서 처리한 부동산 경매건수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천7백57건으로 지난해보다 27.2% 늘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11개 법원담당계에 들어온 공장매물은 각각 2∼3개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4∼5개로 크게 늘었으며 공장규모도 큰 것들이 많이 들어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매 물건으로 나온 것은 부산진구에 위치한 대형 복합 멀티플렉스관인 지오플레이스 내 대형 영화관으로 오는 7월께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의 법원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4월 73.44%로 낮아졌다. ◆ 인천 =1∼2년 전 부동산 열기를 쫓아 '묻지마 투자'를 했던 투기 거품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매 물건이 폭증하고 있다. 인천지법의 경우 모두 1만1천건의 경매물건이 쌓여 있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1백%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인천지법의 담당 직원은 "새로 경매를 신청한 물건의 80% 가량이 주택담보 대출을 끼고 있는 다세대 주택"이라고 말했다. ◆ 대구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대구의 부동산 경매건수는 2천4백66건으로 작년보다 18.4%가 늘어났다. 경매건수는 특히 지난 3월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월 5백46건, 2월 4백90건 수준에서 3월 7백29건, 4월 7백1건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성서공단내 18만평 규모의 삼성상용차 공장이 매물로 나와 있다. ◆ 광주 =올들어 4월까지 경매건수는 모두 2천4백30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 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는 광주지역 호텔업계 1,2위인 무등파크호텔과 신양파크 호텔이 포함돼 있는 등 덩치가 큰 경매물건이 다수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대의산업이 운영하던 무등파크호텔과 신양파크호텔은 지난 97년 부도가 난 뒤 지난해 7월 파산선고가 확정돼 파산절차를 밟고 있으며 주채권자의 요구에 따라 경매가 진행중이다. 광주와 인근지역에서 법원 경매 신청된 공장은 5월 현재 62건으로 지난해 34건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 울산 =1∼3월중 경매건수는 1천7백13건으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4월부터는 하루 평균 3∼4건이 접수될 만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상업 및 업무용 시설' 낙찰가가 큰폭으로 하락, 최근의 경기불황을 반영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고고넷에 따르면 지난 3월 울산지역의 '상업 및 업무용시설'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26.2%포인트 하락한 62.8%를 나타냈다. < 사회부 종합 >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