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가도마시의 마쓰시타 전기산업.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경영의 신이라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이 세운 회사로 일본 기업 중에서도 보수적인 색채로 유명하다. 2백30개 해외지사중 현지인 사장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일본인을 임명한다. 이런 마쓰시타에도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내국인 중심의 채용정책에서 탈피,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올해 정규 채용 인력의 25% 가량인 2백명을 중국인 엔지니어를 비롯 외국인들로 충당키로 했다. 외국인 채용을 기피해온 일본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일이다. 마쓰시타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지사를 총괄하는 국제인사팀 부참사에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마쓰시타에서 15년간 근무한 한국인 이명원씨를 임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마쓰시타 나카무라 현 사장이 있다. 그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국인 중심의 인력 채용 같은 낡은 사고를 파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능력만 있다면 국적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쓰시타의 인재경영은 창업자의 철학이기도 하다. 마쓰시타 전기산업 노정구락부 마쓰이 미키오 부참사는 "제품을 잘 만들기에 앞서 사람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게 창업자 마쓰시타 회장이 평생 강조해온 경영철학"이라며 "인재를 육성하는데 전력을 쏟는다"고 말한다. 마쓰시타는 지난 1월 중국의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리크루트센터를 설립했다. 마쓰시타가 노리는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중국엔 현재 일본의 10배에 달하는 과학기술 인력들이 국가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기업 경쟁력의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회사 내에서는 해외간부 집중육성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MEDC(Middle Executive Development Course)는 능력있는 임원 부장 등 간부들을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는 과정이다. 시행 5년여 만에 MEDC는 이제 마쓰시타에서 해외 지사장이나 본사 임원을 꿈꾸는 간부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엘리트코스로 자리잡았다. 직원교육과 인재경영은 노사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회사에서는 노사갈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노사는 회사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임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도도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다. '3백60도 평가'로 불리는 다면평가제는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마쓰이 부참사는 "인사평가에 앞서 서로를 평가한 성적표를 상대에게 통보해서 개선의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도 인재에 대한 투자와 재교육에 적극 나서며 노사안정을 꾀하고 있다.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7층짜리 본사 건물 4층과 5층을 통째로 직원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IT 교육을 위한 대형 전산실은 물론 1백평 규모의 전시 판매장을 그대로 옮긴 모의 딜러숍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내 딜러들을 정기적으로 초청, 역할극을 통해 판매 기법을 전수하고 새로운 모터사이클 기종에 대한 설명회도 연다. 이같은 딜러 교육은 모터사이클의 주 소비계층이 소수 마니아인 점을 고려, 딜러들이 이들에 버금가는 전문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또 2주 코스로 전세계에 퍼져있는 할리데이비슨 AS 업체 직원들을 초청, 각종 수리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비행기편은 물론 숙박 비용 전액을 본사에서 지불한다. 이 회사의 직원 교육은 업계에 정평이 나있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 없는 부문이라 할지라도 직원이 원할 경우 마케팅 기법, 회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과정은 분기별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노사경영협의회에서 결정돼 제공된다. 정규 대학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근로자들을 위해 본사에 단기 야간 학사 이수 코스도 신설해 놓고 있다. 오사카(일본)ㆍ밀워키(미국)=김형호ㆍ이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