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이 나이든 문신들을 위해 손수 베풀었던 잔치인 '기로연'이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재현된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1999년 종묘제례악, 2001년 궁중연례악, 지난해 문묘제례악에 이은 원형탐구 시리즈 네번째 무대로 숙종조 기로연을 재현하는 행사를 28일부터다음달 1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기로연'(耆老宴)이란 조선시대 기로소(耆老所)에 등록된 문신들을 위해 국가가베풀었던 잔치를 말한다. 기로소는 원로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했던 기구로,정2품 이상의 문관 벼슬을 지낸 이 가운데 70세가 넘어야 등록할 수 있었기 때문에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기로소에 든 사람은 7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기로연은 매년 봄.가을 두 차례씩 서울과 지방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됐는데 특별히 왕이 기로소에 들어가는 경사가 있을 때는 좀더 큰 잔치가 펼쳐졌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숙종의 기로소 입적을 축하하기 위해 숙종 45년(1719년) 음력 4월 18일에 열렸던 기로연. 왕은 문신과 달리 60세만 되어도 기로소에 들 수 있었으나 조선 건국 이래 기로소에 들어간 왕은 태조 이후 숙종이 300여년만에 처음이었고, 때문에 당시로서는 이기로연이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경축행사였던 것. 문헌에 따르면 당시의 기로연은 왕이 나이든 문신들을 경현당(경희궁 터)으로 초청해 여는 '경현당석연'(景賢堂錫宴)과 이 잔치 직후 왕이 하사한 은잔을 받들고 경현당에서 기로소(현재 세종로 교보빌딩 자리)로 이동하는 시가행렬인 '봉배귀사'(奉盃歸社), 기로소에 도착해 여는 '기사사연'(耆社賜宴) 등 크게 세 가지 절차로 구성됐다. 이중 '경현당석연'에서의 주된 절차는 축하의 마음을 담아 술잔을 올리는 '진작'(進爵). 보통 연회에서는 두번째 술잔인 제2작까지 먼저 왕에게 올리고 제3작부터 왕세자와 문무백관들이 술을 나누지만 기로연에서는 처음부터 왕이 먼저 술을 권해국가 원로에 대한 공경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숙종실록', 숙종 45년 당시의 행사를 그림으로기록한 화첩 '기사계첩' 등 원전의 고증과 전문가 자문 등 1년여가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다. 행사의 절차뿐 아니라 궁중음식연구원, 한복사랑협의회 등의 후원을 받아 당시의 의복과 음식, 소품 등도 원전과 비슷하게 되살려 사실감을 더하게 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단, 무용단 등 총 150명이 등장하며 특히 사랑의 전화복지재단의 추천을 받은 70세 전후 노인 10명이 기로소 문신 역으로, 용인대학교 경호학과 재학생 10여명이 왕을 호위하는 시위 장수 등으로 특별 출연한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5시, 8천-1만원. ☎ 580-3300.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