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 특검팀이 20일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과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을 소환,이례적인 대질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2000년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과정 및 배경 등을 둘러싼 발언의 진위 여부를 캘수 있는 핵심 인사들로, 특검팀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대질과강도높은 추궁을 병행, 진술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대질 조사 대상은 2000년 6월 이근영-박상배-김충식씨 3자가 만나 4천억원 대출을 논의한 과정과 내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출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씨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박상배 당시 영업1본부장이 4천억원 대출 전결을 구두보고할 때 김충식씨와 함께 와서 대출의 필요성을이야기해 박상배 임원에게 검토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충식 전 사장은 "정몽헌 회장이 이유없이 4천억원을 대출받으려고 해대표이사로서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한 바 있고 당시 현대상선이 산은에 제출한 당좌대월약정서에는 김 전 사장의 서명이 누락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또한 이근영씨와 박상배씨의 경우 대출 과정에서의 하자 등과 관련한 책임소재확인도 필요하다. 당시 4천억원 대출을 전결처리한 박상배씨는 감사원 감사결과 여신심사 없이 대출조건을 결정하고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 2월부총재직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이근영 당시 총재도 박상배씨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았고 현대상선 자금지원 이후 사후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만큼 책임을 박상배씨에게만 묻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근영씨 후임으로 산은 총재를 맡은 엄낙용씨가 소환돼 함께 조사를 받게 되면이들 사이의 `진실게임'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엄씨는 지난해 국감에서 김충식 전 사장이 "4천억원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았기때문에 갚을 수 없으며 정부에서 갚아줘야 한다"고 말했다가 이같은 입장을 곧바로철회하고 대출금을 상환키로 했다"고 증언한 바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김 전 사장의 발언은 박상배씨도 "들은 일이 있다"고 국감에서 증언했다. 엄씨가 당시 국감에서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대출과 관련해)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는 증언에 대해 이근영씨가 부인하고 있는 부분도 확인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직에 있을 당시 관치금융에 대한 입장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엄낙용 당시 총재와 박상배 당시 부총재가 서로 일관된 진술을 내놓을 지도 관심거리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