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폐 손상은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가 침입한 바이러스에 과도하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항바이러스 약만 가지고는 사스를 제압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사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약을 기존 약 중에서 찾거나 신약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바이러스 말고도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이 문제라는 데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스 환자들의 폐를 관찰한 의사들은 바이러스 자체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동원된 백혈구가 모두 폐를 손상시키는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콩대학의 존 니콜스 박사는 15일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사스로 사망한 환자 6명의 폐에서 채취한 샘플 분석 결과 이같은 사실이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대식세포(大食細胞 - macrophage)라고 불리는 백혈구가 폐를 상당히 파괴했음을보여주는 증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식세포는 감염에 대항하는 갖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지만 위험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염병의 경우 대부분 공격과 오도된 방어가 함께 나타나지만 사스의 경우는 이것이 너무 심하다. 이는 사스 환자는 면역체계를 억압해 주어야 상태가 좋아질 수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 중 일부는 환자의 면역기능을 제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환자의 능력을 둔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큰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사스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가 증명된 약은 없다. 막막하다 보니 일부 의사들은 다른 호흡기 감염에 효과가 있는 리바비린과 스테로이드를 병행 투여하고 있다. 리바비린은 시험관 실험에서 사스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있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를 계속 사용해서는 안되며 최소한 동물실험에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나타나기까지는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병리실장 세리프 자키 박사는 "인간의 생명이달린 문제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세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 폐질환 전문의 잽 모세니파 박사는 니콜스 박사의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사스 초기단계에서 스테로이드나 다른 면역억제제를 사용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 약을 함께 투여할 수 있기 전에는 환자의 면역기능을 억제하기가 망서려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보스턴 AP=연합뉴스) skh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