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을 비롯해 전국의 물류를 마비상태로 몰아넣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사태가 극적타결된 것은 `더 이상의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노.정 양측의 긴박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타결의 조짐은 이미 14일 오후 부산대에서 열린 `파업승리결의대회'에서 감지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장기간 파업에 따른 심적부담으로 인해 불안감을 보이기 시작했고 상당수는 "일을 좋게 풀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등 빠른 해결을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차 결의대회 도중 서울의 노정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화물연대는 결의문 발표를 연기하면서 대정부 압박을 늦췄고 집회를 마친 뒤에도 조합원들을 해산시키지 않고 초조하게 협상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15일 새벽 11개항의 합의사항이 발표되자 즉시 지회별로 의견수렴작업이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지회에서는 "끝났다"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등 사실상 파업철회 쪽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강경대응'과 `파업강행'이라는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던 노.정이 극적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은 것은 파업이 더 이상 지속될 경우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비상수송대책 확대시행에도 불구하고 부산항의 사정이 크게 호전되지 않아 곧 기능 마비사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의왕ICD 동조파업 등 사태가 확대될 조짐을 보여 화물연대가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유세 인하 등 사실상 화물연대측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화물연대측도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된 데 따른 부담에다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 장기간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생계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정부가 `발을 뺄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만을 기다려 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화물연대 지도부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파업초기부터 대화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으나 조합원들을 설득할 가시적인 성과를 정부로부터 얻어내지 못해 번번이 파업유보 방침을 번복하는 사태를 빚었다. 또 경찰이 핵심 조합원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압박을 가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와의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앞으로 남은 사항교섭과 다른 노동문제 해결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에 대한 경유세 인상분 추가보전 약속의 경우 버스나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미흡한 초동대처 등으로 인해 화물연대의 `벼랑끝 전술'에 밀려 계속 양보를 함으로써 `힘으로 밀어붙이면 해결된다'는 선례를 남긴 것도 향후 노동정책에서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박창수 기자 lyh9502@yonhapnews swi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