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이 올 노사협상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국내 노동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20여개 대규모 노조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할 계획이어서 노사현장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들 사업장이 산별체제로 전환할 경우 노조의 협상력이 막강해져 사용자를 압도할수 있는데다 총파업도 합법화될 수 있어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향후 파장 =산별교섭은 재계엔 엄청난 부담이다. 여러 사업장이 한데 뭉치는 까닭에 노조의 교섭력이 한층 강해지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합법적으로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어 사용자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룡노조가 실력행사를 강행할 경우 산업현장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아직 산별교섭이 정착되지 않아 기업별 교섭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6일 처음 열린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사용자측이 먼저 요구한 것도 거대한 노조의 힘에 집단으로 대응하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노동부 노사조정과 이성희 사무관은 "산별교섭은 노사 안정에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병존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 하에서는 단기적으로 볼 때 갈등을 부채질할 소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노사분규 3백22건중 55.6%가 산별노조에 의해 발생했다. 반면 노사 양측이 원만히 합의만 하면 노사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고 교섭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여러 사업장이 한꺼번에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쉽게 타결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노조가 회사측과 주5일 근무제에 합의해 은행권이 곧바로 토요휴무제에 들어간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함께 덩치가 커져 파업을 함부로 강행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별 교섭체제에선 쉽게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사안이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 산별교섭에선 파업 빌미가 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산별 전환 가능할까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20여개 대형 사업장 노조가 실제로 산별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는 산별전환을 외치지만 내부적으로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 있어서다. 먼저 노조위원장의 지위와 권한이 약해진다는 점이 산별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교섭력과 파업권도 산별노조에 귀속된다. 여기에다 한해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노조비를 납부해야 하는 점도 대형 노조들의 산별전환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산별전환을 한 대규모 노조들은 거의 없다. 민주노총산하 조선업종 노조들이 지난 2000년 6월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총회를 동시에 개최했으나 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만이 가결시키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은 부결시켰다. 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4사 모두 내부사정으로 총회를 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조합원총회 찬반투표를 통해 산별노조 가입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내부사정으로 오는 6월로 결정을 미뤘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 실세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산별전환을 위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산별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밖에 많은 노조들도 산별교섭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이 최근 전국 노조위원장 5백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2%만 산별교섭에 찬성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