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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백화점의 '매출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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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 상인들은 요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백화점이라고 나을 게 없다. 백화점 매출은 올해 들어 석달째 감소했다. 요즘엔 "외환위기 때는 있는 사람들이라도 돈을 썼는데 지금은 아무도 안 쓴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로 분류됐던 K씨의 증세가 세균성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화점 관계자들은 안도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터에 사스 공포까지 확산되면 고객이 뚝 끊겨 치명타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사스 공포가 확산된 지난주엔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살았다"며 "사스가 아니어도 경기전망이 어둡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업계에선 요즘 '늘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영업시간을 30분 늘렸고 회원 대상 사은행사 일정도 지난해보다 늘려 잡았다. 물량을 털어내려는 입점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우수고객들에게 보내는 쿠폰북 상품수도 2배로 늘렸다. 그래도 입점업체들로부터 매출의 10∼30%를 수수료로 받는 백화점측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입점업체들은 자금난으로 다음 시즌 상품 기획조차 못하고 있다. 10개 백화점에 입점한 A사 관계자는 "내년 봄·여름 신상품을 디자인하고 원단을 발주해야 할 때인데 돈이 들어오지 않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백화점과 입점업체 모두에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소비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건전한 소비를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앞서 백화점들은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백화점들은 지난 4월 매출(기존 점포 기준)이 1년 전보다 2.4∼4.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6∼12%나 줄었다고 알려졌다. '잘될 땐 부풀리고 안될 때는 줄이는 게 업계 관행'이라지만 '증세'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처방'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류시훈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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