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개월 간 계속돼온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마련한 중동평화 `로드맵(road map)'이 30일(현지시간) 이-팔 양측에 공식 전달됐다. 대니얼 커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오후 예루살렘에서 아리엘 샤론이스라엘 총리에게 로드맵 사본을 전달했으며, 직후 테르제 로에드-라르센 유엔 중동특사는 요르단강 서안도시 라말라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신임총리에게 같은 로드맵을 전달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라르센 특사는 "실로 오랜 시간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뒤 "이 계획은 최종적인 공식버전으로 더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으며 곧 양측의 이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은 압바스 총리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새 내각이 이날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정식 출범한 직후 전달됐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등 4개 중동평화 중재자에 의해 마련된 로드맵은 1단계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소탕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철수 ▲이스라엘측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동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작될 2단계 이행안은 `임시 국경'을 설정한 팔레스타인독립국가의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종단계 이행안은 향후 3년 내에 예루살렘분쟁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수백만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운명을 결정할 `영구 국경'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샤론 총리측은 로드맵 사본을 전달받았다고만 짧게 언급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로드맵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로드맵 전달 직후 "양측이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평화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 구상의 이행 여부는 양측의 신의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논평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압바스 신임총리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현재 중동평화가 진전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보고 있고 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중동 방문에 나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샤론 총리와 압바스 총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로드맵의 이행을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로드맵을 환영하며 "그 보상은 엄청나다"고 말하고 지체없는 이행을 요구했으며,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지금은 단계적으로평화로의 길을 밟아갈 좋은 시기"라고 평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미래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국경이 내년초까지는 대략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마스는 로드맵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이 계획은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에게 더많은 안정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을 팔레스타인 내부의 대결로 바꿀 수 있다"고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예루살렘.라말라.워싱턴.파리 AP.AFP.dpa=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