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사의 그레그 다이크 사장이 23일 미국 방송사들의 편파적인 이라크 전쟁 보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다이크 사장은 특히 폭스 뉴스가 `집단 애국주의'에 빠져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바람에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미국 방송사들이 9.11 테러 이후 조성된 애국적 분위기를 거스르는것으로 비칠까 우려해 조지 W.부시 대통령 정부의 전쟁옹호 자세를 비판하지 않은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에 체류하면서 그 곳의 방송 매체들이 전쟁을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지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이크 사장은 이날 런던 대학 강연에서 미국 방송사들의 이처럼 편파적인 전쟁보도에 식상한 일부 미국인들은 국내 TV를 외면하고 BBC 등 외국 매체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9.11 이후 미국내 BBC 뉴스 채널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중 우리는 미국인들로부터 `사태를 설명해 줘서 고맙다. 비편파적 보도에 감사한다'는 수백통의 e메일을 받았다"면서 "미국 내에서 편협한 친미 주장보다는 균형잡히고 객관적인 BBC의 보도자세를 갈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방송사들은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미국화'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촉구하고 "우리가 날이 갈수록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BBC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이라크 전쟁에서 입증된 것이 있다면 이는 BBC가 애국심과 저널리즘을 뒤섞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크 사장은 미국 텔레비전 산업의 날로 심해지는 파편화 현상 때문에 백악관과 미 국방부가 무소불위의 권력 기구가 돼 버렸으며 이들에 맞설만큼 강하거나 용감한 뉴스 기능은 사라져 버렸다고 개탄했다. 영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BBC 등 일부 매체들이 전쟁 중 이라크 정부관계자들의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한 데 대해 비판을 제기했으며 보수당의 크리스토퍼 초프의원은 국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BBC의 이같은 보도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사담후세인의 선전기구를 지원한 것"이라면서 BBC 방송이 바그다드 특파원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블런키트 내무장관도 영국 기자들이 미.영 동맹군과 이라크 정권을 `도덕적으로 동등한 존재'로 취급했다고 비난했다. BBC는 지난 1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뉴스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런던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