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프로그램을 놓고 경쟁이 붙으면 마치 경매처럼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가요. 어느 정도 선까지 투자할지를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죠.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시장단가의 2백배까지 가격이 뛰는 경우도 있고 운이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사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방송 프로그램 판권 딜러인 강신봉 월트디즈니 텔레비젼 한국지부장은 '도박성'을 판권 거래의 가장 큰 매력이자 동시에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해외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도 잘 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고,반대로 해외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작품을 한국에서 대성공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판권 딜러는 굉장히 전략적인 직업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케이블·위성방송뿐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모바일 등 다양한 형태의 채널이 있기 때문에 구매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배분하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방송 프로그램 판권 딜러는 말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을 사고 파는 직업이다. 각 방송사별로 평균 2∼5명,국내에서 전체적으로 1백50명 정도가 판권시장에서 일한다. 채널이 더욱 늘어나는 까닭에 수요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강 지부장은 지난 94년 당시 제일기획에서 운영하던 Q채널에 PD로 입사했다가 판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홍콩의 한 프로덕션과 공동 제작한 '태권도'라는 다큐멘터리가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팔리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습니다. 히스토리채널 국내 런칭 계약도 성사시켰죠.현재 Q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미국 CBS의 '서바이버(Survior)'도 제 작품입니다." 그는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다는 점도 판권 딜러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주로 프로그램 견본시가 열리는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중국에 갈 기회가 많지만 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 각국을 두루두루 여행할 수 있죠." 강 지부장은 판권 딜러가 갖춰야 할 것으로 판권·상표권·저작권에 대한 법률상식과 영어구사 능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봤느냐'일 것입니다. 그리고 협상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도 꼭 필요하고요."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