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이후 중동 에스닉 요소의 영향으로 풍성한 실루엣과 레이어드 스타일이나 전투복에 영향받은 부드로운 밀리터리룩이 부상하는 추세... 모피나 가죽같은 고급 소재보다 나일론처럼 값싸고 실용적인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아라비아풍 하렘바지"와 "유틸리티 재킷.팬츠"가 패션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렘바지란 주름을 넉넉하게 잡고 바지 발목 부분을 끈으로 조인 스타일.광택나는 소재와 흘러내리는 실루엣이 영락없는 "아라비안 나이트" 분위기를 낸다. "유틸리티룩"은 어깨부분에 각이 지고 가슴에 사각 포켓이 달린 재킷 스타일과 허벅지 양쪽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바지 스타일로 한창 인기를 얻고 있다. 신원 홍보팀의 마진원 대리는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서 중동의 이국적 스타일과 "밀리터리룩"이 유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 삼성패션연구소가 전쟁과 패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전쟁과 패션'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요즘 패션 트렌드가 '이유 있음'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이라크전 이후 밀리터리룩과 중동 에스닉풍이 강세를 띨 것이라고 예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20년대 이전까지 여성 패션은 'S자 라인'이 대세였다. 여성들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잘록한 허리를 한껏 강조한 실루엣이다. '뮬랑루즈'로 대변되던 낙천적이고 향락적인 문화와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은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여성들이 방위산업체 등 일터에 나가면서 과장되거나 장식이 요란한 요소들이 사라졌다. 치렁치렁한 드레스는 일자형 슬림 라인으로 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여군의 참전이 많아지면서 남자군복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수트가 인기를 끌었다. 전쟁이 끝나면서는 크리스찬 디올을 필두로 한 이른바 '뉴룩'이 대세로 떠올랐다. 좁고 둥근 어깨,엉덩이에 패드를 넣어 부풀린 치마,여성미를 강조한 A라인 실루엣이었다. 옷감 낭비가 많아 사치스럽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전쟁의 암울했던 기억을 떨쳐버리고자 했던 여성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1960년대에 있었던 월남전도 패션사에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전쟁의 참상은 허무주의와 반전주의를 일으켰고 히피룩과 펑키룩을 잉태했다. 반항미 물씬한 청바지가 청년패션의 주류로 등극한 것도 이때였다. 70년대초 중동전쟁은 미니멀리즘에 안녕을 고했다. 중동 지역의 민속의상에서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이 급부상했다. 90년대 초 걸프전도 그 연장선에서 비슷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세계 톱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이유순 수석은 "이라크전 이후 중동 에스닉 요소의 영향으로 풍성한 실루엣과 레이어드 스타일이나 전투복에 영향받은 부드러운 밀리터리룩이 부상하는 추세"라며 "다채로운 색상 대신 카키를 비롯한 어두운 색상이,소재는 모피나 가죽 같은 고급 소재보다 나일론처럼 값싸고 실용적인 소재가 주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