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전후 복구에 향후 10년간 최고 6천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황금 시장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다고 중동 전문가들이 21일 전망했다. 이들은 이라크에 미국 주도로 재건 작업이 시작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데다가 치안도 회복되지 않았으며 정부 공백 속에 문화적 이질감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석유 산업에 정통한 키프로스 소재 전문지인 중동경제조사(MEES)의 왈리드 하두리 편집장은 "(이라크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감안해야할) 가설들이 많다"면서 "이라크는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워싱턴 소재 미-이라크경협위의 바트 피셔 사무국장은 벡텔 등 미국 대기업이 속속 이라크 재건시장에 뛰어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피셔는 "이라크인의 교육 수준이 높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강하다"면서 "2천400만명이란 인구도 견실한 시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는한편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을 끼고 옥토가 이어져 농업 부문 가능성도 높다는점을 강조했다. 이라크 재건을 주도하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재건인도국' 관계자도 이라크 국영기관들의 민영화가 검토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모든 기업들이 이라크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앙카라 소재 빌켄트 대학의 중동 전문가 에린크 옐단 교수는 미군이 승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산발적인 항전이 있으며 신정권이 없어 비즈니스 계약 주체가 모호한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랜 경제 제재로 밀수 등 경제 범죄가 심각한상황임도 상기시켰다. 옐단은 미국이 이라크에 정착시키려는 `자유시장원칙'에 대해서도 많은 이라크인이 회의적이라면서 재건인도국 책임자인 미 예비역 장성 제임스 가너에 대해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내수시장에 너무 큰 기대를 가져서도 안된다면서 지난 90년부터 계속된 제재로 특히 중산층이 대부분 붕괴됐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 나라를 어떻게 개혁할지를 먼저 확실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또 전쟁 반대로 이라크 초기 복구시장 참여가 사실상 봉쇄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및 러시아 등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라크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MEES의 하두리는 이라크 석유 수입으로 이 나라 경제를 충분히 부흥시킬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도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가 당분간 한해 200억달러 가량의 석유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것으로는 초기 몇년간의 복구 비용을충당하기도 빠듯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두리는 전쟁이 나기전 이라크 정부 예산이군사비를 포함해 한해 150억달러 가량이었던 점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런 위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기대는 강하다는 점을 미-이라크경협위의 피셔 국장은 강조했다. 그는 경협위가 오는 5월 15일부터 시카고에서 이라크 비즈니스쇼를 개최한다면서 200여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셔는 이라크 초기 복구시장을 겨냥해 특히 보험, 금융, 교육 및 방산 관련업체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