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를 완주하던 정신력이면 앞으로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3D(3차원 입체화면) 애니메이션 모델'을 만드는 실력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국민 마라톤대회 여자 장애인 휠체어 부문 1위를 차지한 정재은씨(21)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뼈가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골형성부전증'으로 15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도 못한 그였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정씨가 5km를 달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 그런 정씨가 국민 마라톤대회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은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산하 고용개발원에서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배우고 있는 정씨는 오는 7월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취업이 예정돼 있다. "'걷다가 힘들면 (다른 사람에게) 밀어달라고 하면 되지..."라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달리다보니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어지라고요. 골인한 뒤엔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하던지..." 정씨는 1시간 동안의 레이스 내내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힘껏 밀면서 달려나갔다. 휠체어에 탄 채 팔 힘으로 바퀴를 돌리는 것보다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완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정씨는 "생각보다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관대하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집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사회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에 열린 이날 마라톤 대회에는 장애인 근로자 46명,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훈련생 42명 등 모두 88명의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달렸다. 또 삼환운수 등 13개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임직원 18명과 개그우먼 김미화씨 등도 '장애인들의 취업기회 확대와 차별 금지'를 기원하며 함께 뛰었다.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