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관련 다자회담에 한국의 참여를 거부했던 북한이 남북 장관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해왔고 정부는 이를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 남북 장관급회담은 다자회담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확실히 하는 자리가 돼야 하고 또한 '참여없이 부담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각인시켜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장관급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은 쌀과 비료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을 얻어내자는 의도를 깔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주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원을 해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마지막 단계를 진행중"이라고 핵위협을 가하면서도 다자회담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그들을 지원해 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베이징 북핵 3자회담은 예정대로 오는 23일 열릴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회담의 성격에 대해 "실질 토의에 들어가기 전의 예비회담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측으로부터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데서는 실질 문제를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이 3자회담이라는 한국과 미국측 설명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조(북)·미 양자회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장소를 빌려주고 그에 따른 역할만 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의 참여는 핵문제가 일단 해결된 뒤 경제지원문제를 논의할 때나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관계자들이 "대북 경제지원은 다자회담에 우리가 참여할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다짐이 과연 지켜질 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다짐은 반드시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포기를 받아들일 경우 보상 차원에서 경제지원문제가 뒤따를 것이 틀림없고 그중 많은 부분을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 다자회담 참석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구나 우리는 직접 북핵 위협을 받기 때문에 한국의 참여없는 다자회담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정부가 회담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뒷돈만 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국민여론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은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또 반드시 이를 관철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