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3자회담' 한국배제 논란을 계기로 지난 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우리 정부가 회담에서는 소외되고 돈만 댄 게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경수로 2기 건설과 중유제공으로 요약된다. 중유제공은 미국이, 경수로 사업은 한국.일본.EU(유럽연합)가 맡았다. 경수로 사업은 한국.미국.일본.EU가 집행이사국으로 참여하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한국전력을 주 사업자로 지정, 1천㎿ 용량의 가압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원자로 건설은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KOPEC)가, 경수로 터빈과 제너레이터 제작은 일본 도시바.히타치가 시공은 현대.동아.대우.두산중공업이 맡아 공사를 진행중이다. 당시 전체 건설비용은 42억달러로 추산됐으며 이중 한국은 32억2천만달러를, 일본은 10억달러에 해당하는 엔화를 지불키로 했고 미국은 재원부담에서 빠졌다. 한국과 일본은 그간 7억9천만달러, 3억여달러를 투입한 상태다. 이에 비해 미국은 95년부터 작년 11월까지 북한에 5억달러 상당인 356만t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했다. 결국 이같이 상당액의 국민 세금을 지불하고 남은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수로 사업 참여가 `헛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수로 완공은 앞으로 중국 등 국제사회에서 경수로 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아니라, 사업비 분담액이 우리 경제로서는 다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평화비용으로 작용했다는 논리가 그 것이다. 한승주 주미대사는 지난 16일 부임에 앞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소외되고돈만 댄 것 아니냐'는 질문에 "1차 핵위기 당시 우리가 북한에 퍼준 것은 없다"고반박하고 나섰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이은 한반도 평화 붕괴라는 선택과 북 핵사업동결 및 과거핵 폐기라는 선택 사이에서 고심끝에 후자를 선택했고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는 게 당시 외무부장관이었던 한 대사의 설명이다. 또한 북미 제네바합의의 틀에 힙입어 남북대화도 재개돼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만도 9차례에 걸쳐 장관급 회담이 열렸고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정례화되고 비무장지대 지뢰제거와 동.서해 2곳의 군사분계선 통과 등 남북 당국간은 물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미-중 북핵 3자회담'을 앞두고 제네바합의 사항의 핵심인 경수로사업의 지속 여부가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수로 사업비 부담국인 한국과 일본이 배제된 첫 회담에서 이 사업의 지속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간 부시 미 행정부가 경수로 사업에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핵개발 포기, 체제안전보장 등과 함께 앞으로 그 중단 여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조야 일각에서는 흑연 감속로 수준은 아니더라도 재처리를 통해 경수로에서도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면서 차제에 경수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수로 사업비 분담국인 우리 정부의 입장은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경수로에서 나오는 핵 연료봉은 흑연 감속로의 그 것과는 달리, 재처리가 쉽지않아 북한의 기술로는 플루토늄 추출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이를 이유로 공사 진척률이 30%에 가까운 경수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경수로 폐연료봉을 해외로 이전하는 대안을 마련해서라도 공사를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아래 앞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수로 사업이 이 상태에서 중단되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은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경수로 사업 주도권 상실하는등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