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 하이닉스는 고율의 예비판정 및 예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직접 수출길이 막히게 된 데 이어 17일 대만의 경쟁업체들이 정부에 상계관세 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아시아수출시장에서조차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미국 메이저 컴퓨터업체의 주요 OEM시장인데다 아시아 최대 현물시장이어서 이번 제소로 상계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하이닉스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관세부과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만도 상계관세 제소= 17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난야 테크놀로지, 파워칩 세미컨덕터, 윈본드 일렉트로닉스, 모젤 비텔릭 등 4개 주요 D램 업체는 16일 모임을 갖고 공동으로 자국 정부에 하이닉스의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요청키로 합의했다. 이들 업체는 일주일내에 연합체를 구성해 하이닉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조금지급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 대만 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일본의 NEC와 히타치의 D램 부문 합작법인인 엘피다 메모리도 대만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내에 제소가 이뤄지면 업계 피해조사 등 절차를 거쳐 연말이나 내년초 최종 판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 하이닉스 반응= 이달초 미국으로부터 57.37%라는 고율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받은데 이어 내주 유럽연합(EU)으로부터 30%의 관세 예비판정을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는 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고율의 상계관세를 최종 판정할 경우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의 수출물량을 늘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하이닉스의 주요 전략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만은 미국 노트북 시장의 60%, 데스크톱 시장의 30%, 마더보드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최대의 OEM 공급업체로 하이닉스 전체 물량의 10%를 소화하는 큰 고객이고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최대 현물시장이 가동되는 곳이어서 이 지역에서의 영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하이닉스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대만지사에 제소 배경 등 사실 확인작업을 지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파와 전망= 대만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미국, 유럽에 이은 하이닉스 고사작전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불황이 3년째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등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시점에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3,4위 업체인 하이닉스를 시장에서 퇴출시킴으로 써 생존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대만이 한꺼번에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면 하이닉스전체 물량의 50%가 수출활로를 잃게 된다. 문제는 연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급속히 호전돼 시장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더라도 이 경쟁업체들이 하이닉스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면서 "힘겹게 활로를 모색중인 하이닉스로서는 미국, 유럽의 제소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 애널리스트는 "적자에 허덕이는 마이크론 등 대형업체들이 시장이 호전되더라도 하이닉스에 대한 공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통상본부 등 우리 정부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방법외에 하이닉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걱정했다. (서울=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