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시작된 시민들의 약탈 행위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약탈 대상을 상점과 정부청사, 전직 고관대작들의 저택 등으로 국한했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11일 마침내 이라크 최대의 박물관까지 습격, 문화재들을 챙겨 달아났다. 바그다드 시민 수십명은 이날 시내에 위치한 이라크 국립 박물관 1층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않고 들어가 소장품들을 닥치는 대로 수거해갔으며, 이들이 휩쓸고 간 박물관 1층 곳곳에는 깨진 도기를 비롯해 버려진 문화재들이 널려있었다. 다행히 주요 소장품이 위치한 박물관 2층 위쪽은 아직 습격을 받지 않았지만 4천년된 은제(銀製) 하프를 비롯한 주요 소장품 수천점이 송두리째 유출되거나 손상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시민들은 또 바그다드 시내의 최고급 호텔인 라시드 호텔과 만수르 호텔도 습격,가구와 카펫, 자동차, TV 등을 훔쳐갔으며 호텔 곳곳에서는 작은 불길이 솟아오르는장면도 목격됐다. 약탈 행위로 인한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일부 시민들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약탈자들을 제지하는 등 자체적으로 질서를 회복하려는 자경단이 등장하기시작했다. 카라다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도로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통행 차량들이 약탈 물품들을 싣고 가지는 않는지 수색 활동을 벌였다. 약탈방지 및 질서 회복 명령을 받은 미 제7해병연대는 이날 밤부터 자신들이 순찰을 맡고 있는 바그다드 동부 지역에서 일몰후 다음날 새벽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 바그다드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이라크에서 가장 급한 사안은 치안확보로 정치.사회.경제적 재건에 앞서 이라크를 안전한 국가로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클레어 쇼트 영국 국제개발담당 장관도 전시의 질서 회복 임무는 군에게 있다며미군이 앞장서 바그다드의 질서 회복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그러나 이번 약탈 행위가 오랜 기간 억눌렸던이라크인들의 욕구가 순식간에 폭발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라크인들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체감하면서 혼란은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바그다드에 앞서 약탈 행위가 발생했던 바스라는 점차 질서를 회복해가고 있는 반면, 최근에 미군과 쿠르드민병대에 장악된 키르쿠크에서는 뒤늦게 시민들의 약탈 행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워싱턴.파리.런던 AP.AFP.dpa=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