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모처럼만에 큰 폭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11일 거래소시장에서 기관은 1천9백7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1천17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하더라도 1천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셈이다. 기관이 1천억원 어치 이상을 사들인 것은 지난 1월9일 1천4백억원을 산 이후 석달여만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기관의 "사자"에 힘입어 전날보다 5.24포인트 오른 582.97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597까지 치솟으며 6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이끌었던 증시 상승의 바통을 기관이 이어받으면서 또 한차례 단기랠리가 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피어 나오고 있다. ◆매수 타깃은 금융주 이날 기관은 금융주에 '사자'를 집중했다. 거래소 기준으로 기관은 카드주가 포함된 금융업종을 6백62억원,국민은행 등이 속한 은행주를 2백96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외환카드가 13% 이상 오른 것을 비롯 LG카드와 국민카드가 8.7%,8.8%씩 상승했다. 조흥과 외환은행도 각각 10%와 5% 이상 급등했고 국민 한미 신한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등도 4% 이상 올랐다. ◆매수세 전환 이유는 기관이 매수세로 돌변하자 장중 내내 특정 기관에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렇지만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기관의 공격적인 매수세 전환은 소위 '인덱스 추격'을 위해 뒤늦게 주식을 사들인 게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증시의 반등 기조가 유지되면서 600선에 안착할 경우 올 들어 계속 주식 비중을 줄여왔던 기관의 펀드수익률은 지수 평균보다도 낮아질 위험이 있다. 이를 걱정하는 기관이 뒤늦게 주식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KTB자산운용 안영회 이사도 "단기적이나마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편입비율이 낮은 펀드가 뒤늦게 주식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원투신운용 이창훈 상무는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아직 중립의 투자의견이지만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주식 비중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관 언제까지 주식 살까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프로그램매매를 제외할 경우 기관이 연초 이후 주식을 판 금액은 8천억원에 달해 '실탄'은 충분한 편"이라며 "기관의 매수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도 신규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관의 매수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투신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라크전 발발 전후로 시작된 랠리는 당분간 지속되면서 최대 630선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관에 신규자금이 들어와야만 증시가 상승 추세로 확실하게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