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자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9일 전교조 기자회견을 계기로 전교조와 교장단의 이해집단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양측 모두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교육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거나 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세력 다툼으로 비쳐지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처음 전교조를 향한 칼을 집어 든 곳은 학부모 단체와 한국교총이었으나 칼을 휘두른 쪽은 일선 학교 교장들의 모임인 전국교장단의 연합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사태의 추이를 조심스레 관망하고 있던 '전교조'를 교장이 자살한 원인을 제공했다며 몰아 붙였다. 전교조는 사건 발생 5일만인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본질은 사과하려 한 교장을 압박한 교감과 지역교장단이라며 교장단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맞받아 치고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양쪽의 행동은 교장의 자살을 빌미로 자신의 조직을 강화하거나 이에 밀리지 않으려는 세싸움으로 사건의 성격을 변질시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교육계의 아픔을 치유하고 정책적으로 발전시켜 보다 나은 교육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사와 교원단체, 교장 등의 노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사실 교장단은 지금껏 활동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14개 교장단체가 똘똘 뭉쳐 '전교조 타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결식이 열렸던 8일 예산 보성초등교 운동장은 이들을 지지하는 교장 등 1천여명이 모였다. 서울 강북 일선 초등학교 A교장은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은 차치하더라도 평소거의 연락조차 없었던 교장들이 무슨 건수를 하나 잡은 것처럼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오히려 반대편의 경계심만 불러 오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교조의 행동은 더욱 실망스럽다는 비판론 역시 만만찮다. 사태 발생 직후 관련이 있든 없든 대부분의 교육관련 단체가 사과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도 전교조는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과할 수 없다는 자세였다. 발생 3일만에 유감 표명 수준의 성명서를 냈지만 파문 확산의 이유를 언론의 왜곡보도에 돌려 역효과를 냈다는 비난마저 제기됐다. 전교조는 결국 원영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교장들을 정면 타켓으로 삼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끝내 사과하지도 않았으며 '언론의 왜곡보도'를 약방의 감초처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전교조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는데도 이날 회견에서 전교조측은 3개 신문사의 이름만 거명하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명예훼손 소송 등 '적절한 대응'을 다짐했다. 당초 이날 발표하기로 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연가투쟁 일정을 다음으로 미룬 것 또한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 연가투쟁이 이 시점에서 보도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것을 두려워 한 '꼼수'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이런 강경 일변도의 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지만 집행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나타나지 못한채 묻히고 있다. 전교조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교장,교감과의 관계를 노-사관계로 설정한 이상 내 것을 뺏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내 것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참았다는 희생정신이 양쪽 모두에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