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한국 재벌개혁 모델의 방향을 제시하고있다고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고(故) 구인회 공동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지난달 34개 자회사의 관계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하기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완성했다고 전하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재벌개혁에 대한 당국과 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삼성이나 SK 등 다른 재벌도 LG그룹의 이번 조치를 모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검찰이 지난달 12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를 적발한 뒤 LG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사의 주식연구 책임자인 이웅기씨는 "지주회사의 도입으로 계열사의 지원과 상호출자, 지급보증 등 재벌구조의 악습이 억제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LG의 새로운 구조하에서 지주회사인 LG 코퍼레이션이 LG전자와 LG텔레콤 등 개별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한 30% 이상 보유하는 반면 자회사의 상호 출자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는 흑자 계열사를 통해 나머지 적자 자회사를 지원하는 방식의 고질적인 부적절한 관행에 쐐기를 박는 제도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또 지주회사의 주요 수익원이 배당금인 만큼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상대로 배당금 확대 압력을 강화하는 등 지주회사 설립으로 한국 기업의 배당금 문화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지주회사가 재벌그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금융부문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우산'속에 들어가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따라서 LG의 계열사들은 경영난을 겪는 LG카드 등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게다가 지주회사가 도입되더라도 재벌 오너의 영향력은 결코 약화되지 않으며 실제로 구씨 가문은 LG 코퍼레이션의 지분 53%를 보유하는 등 LG그룹의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남는다는 점도 신문은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 비판론자들은 완전히 다른 회사를 굳이 한 지붕 밑에 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개별 자회사별로 역량에 따라 생사여부가 결정되도록 재벌을 완전히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