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쿠웨이트-이라크 국경을 넘어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자 이라크 취재를 위한 기자들의 `목숨을 건' 월경이 늘고 있다. 이처럼 기자들의 위험한 모험이 늘고 있는 것은 현재 쿠웨이트에 머물고 있는각국 기자들의 이라크 취재가 사실상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아예 월경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다 미.영 연합군도 당초예상과 달리 전황이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게 되자 미리 허가를 받아 미.영 연합군에배속된(embedded) 종군기자들 이외는 취재를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라크전을 취재하기 위해 쿠웨이트 공보부에 취재허가를 받는 외신기자수는 2천명이 넘고 있으며 이들중 미.영 연합군 부대에 배속된 종군기자 500여명을빼더라도 이라크 취재를 준비하는 기자만 1천500명이나 된다. 두 차례 국경을 넘는 모험을 했다는 프랑스TV의 피레 크래송 기자는 "이라크 취재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경을 넘기 위한 각종 묘안들이 백출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국경에 이르는 도로 곳곳에 있는 쿠웨이트 경찰 검문소를 우회한 뒤 국경의 허술한 곳을 이용해 이라크로 들어가는 것과 월경이 허용돼있는 이른바 월경이 허가된 연합군 배속 종군기자들을 뒤따라 가다 이들이 국경을넘을 때 운좋게 제지당하지 않고 함께 넘어가는 것 등 두가지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국경을 넘어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인을 구하는 것인데 외신기자들 사이에는 아랍계인 `스펜서'라는 인물이 가장 유명하다. 스펜서는 1인당 5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그같은 인물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스펜서 이외에도 시리아인이나 아랍계이면서 서방국가 국적을 가진 안내인들이슬쩍 다가와 흥정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쿠웨이트 경찰 검문소나 국경에서 붙잡혀 되돌아오는 기자들도 상당수 있다. 한 미국 로컬 방송기자는 "운좋게 국경까지는 갔으나 국경에서 붙잡혀 수시간붙잡혀 있다 겨우 되돌아올 수 있었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취재대상이 이라크주민들인데다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운좋게 국경을 넘어 가더라도 전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허가된 종군기자들 이외에는 미.영 연합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다 오히려 이들로부터 총격을 받을 위험까지 있다. 또 국경마을에 접근했다가는 이라크군에 잡히거나 이라크 주민들의 약탈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경을 넘어간 기자들 가운데 1명이 숨졌으며 12명이 실종됐다.실종자들 가운데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기자들도 있다. 현재 미군에 배속된 종군기자들의 희생이 한 건도 없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미군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독립적으로 국경을 넘어 취재하는 것은 그야말로사지로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쿠웨이트 정부가 월경을 불법으로 보고 있는데다 최근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뒤 미.영 연합군이 차량 접근에 상당히 민감해져 있어 오인사격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이라크군이나 주민들도 기자들에게 우호적이지않다"고 덧붙였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