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김 모 지점장(44). 요즘 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다. 출근하자마자 그가 집어드는 서류는 직원들의 채권회수 실적. 20명에 달하는 행원들의 연체관리를 직접 독려하기 위해서다. 김 지점장은 "매일 오전 자체적으로 연체대책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오후 4시30분 은행문을 닫자마자 모든 직원들이 전화를 붙들고 연체독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이 은행지점 직원들의 주업무를 '연체율 잡기'로 바꾸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이 1분기 결산의 마지막달인데다 월말까지 겹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3%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은 지난달초 김정태 행장이 월례조회에서 연체문제를 직접 언급, "연체축소에 최우선적으로 매진하라"고 지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중순 전 영업점에 연체율 감축목표를 부여하는 한편 연체관리 실적을 영업점 평가시 10% 반영키로 했다. 연체관리 실적으로 사실상 지점장 평가를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나은행은 작년까지 콜센터에서만 해오던 단기 연체관리를 올들어 영업점에서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래저래 은행 직원들이 연체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변화는 은행원들의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밤 11시 퇴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 하나 조흥 등 상당수 은행 직원들은 아예 토요휴무를 반납하고 있다. 작년 7월 도입된 주5일 근무제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요즘은 연체독촉 전화를 할 때도 고객 핸드폰으로 해야 할 때가 많아 통신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