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지적하며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宮)에서 국가두마(하원) 지도자들과 회담한 자리에서 "이라크전은 세계 안보와 국제 규범의 기초를 무너트릴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이라크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라크에서의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정치적 해결 노력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는 대(對) 이라크 관계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는 정치의 주요 부분 가운데 하나이지만 정치적 판단이잘못되면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해 이라크전과 관련된 경제 이해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미국과의 동반자 관계는 공개적 대화를 지속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국가두마 의원들이 대미 문제 등에서 일방적 감정을 떠나 실용적 판단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밖에 "이라크내 군사 작전이 길어지고 강화되며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가가중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쟁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과 영국 주도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 계획에 강력 반대해온 러시아는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유권 해석을 유엔에 요구하는 등 반전 입장을 누그러트리지 않고 있다. 옛 소련 시절부터 이라크와 전통적 우방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는 또 전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 파이 나눠먹기'에서 러시아가 배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는 겐나디 셀레즈뇨프 의장을 포함해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수, 뱌체슬라프 볼로딘 조국모든러시아당수, 블라디미르 페흐틴 단합당수,블라디미르 지니노프스키 자유민주당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야블로코당수 등 국가두마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