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에 25일부터 몰아닥친수십년래 최악의 모래폭풍으로 미.영 동맹군의 탱크가 바그다드 진격을 멈추고 항공모함 탑재기들도 출격하지 못한 채 갑판에서 바람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 화성 표면과 같은 붉은 사막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몰아치는 모래바람은 병사들의 고글과 생화학 방호복, 군화는 물론이고 속옷까지 파고 든다. 잔뜩 겁먹고 긴장한 병사들은 때로 뿌연 시계 속에 윤곽을 보이는 사막의 관목들을 이라크군 탱크로 오인해 소동을 빚기도 한다. 최전방 101 공중강습사단 제3여단장 마이클 리닝턴 대령은 시속 80㎞로 수십년래 최악의 것으로 꼽히는 `시계 제로'의 모래폭풍으로 "101사단의 발이 묶여 본래의장기인 공중 강습과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사막용 고글을 써도 눈, 코, 귀를 마구 찌르고 들어오는 모래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낮이면 37℃까지 올라가는 찜통 방호복을 입은 채 모래섞인음식을 묵묵히 씹어 삼킨다. 이들은 밖에 나갈 때면 몸을 로프로 묶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한다.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카르발라 외곽에서는 제7보병연대 소속 병사들이 26일 하루종일 브래들리 전차 안에 쌓인 두꺼운 모래먼지를 칫솔과 면도용브러시로 털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모래폭풍은 항공모함 탑재기들과 내륙의 헬리콥터들 역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모래폭풍이 일기 전에 키티호크호에서 출격했던 F/A-18 호넷 전투기 2대는 임무를 완수했으나 착륙이 불가능해지자 쿠웨이트의 기지로 회항했다. 항공모함으로 돌아오는 항공기는 갑판에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항공기들과 배의 구조물을 피해 시속 240㎞의 속도로 좁은 주행선 안으로 돌진해 들어와야 하기때문에 착륙은 출격 임무 중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그러나 작전이 40시간 정도 지연된 후 괴물같은 모래기둥의 앞머리가 키티호크를 지나가자 26일 밤에 예정돼 있던 수십차례의 출격은 정상적으로 재개됐다. 개전 초기 며칠동안 전투기들은 조종사들이 지상 목표물을 육안으로 식별해 레이저 유도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공습작전을 수행했다. 그러나 모래폭풍이 휩쓴 지난 이틀 동안 동맹군 항공기들은 위성으로 목표물을찾아내는 지구위치추적시스템(GPS)을 탑재하고 출격해야만 했다. (이라크 중부 사막.항모 키티호크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