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일주일째인26일 오후(현지시간)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이 취재진에게 공식적으로 처음 열렸다. 이슬람 구호단체인 쿠웨이트 적신월사의 대형트럭들이 이라크 국민에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이라크로 들어가면서 취재진들의 동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국경으로 곧게 뻗은 6차선의 80번 고속도로에는 이라크 건설에 필요한각종 건설장비들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 수십대가 일렬로 국경쪽으로 향하는가 하면각종 탄약을 실은 영국군 군용트럭 수십대도 뒤섞여 이라크로 들어가는 등 죽음의고속도로에서는 `건설'과 `파괴'가 동시에 연상됐다. 쿠웨이트시티를 벗어나 80번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수 십 m 앞을 분간하기 힘들정도의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고속도로를 따라길게 놓여져 있는 대형 둥근 관들이었다. 송유관인지 수도관인지 구별할 수 없다. 국경도시인 압달리에 접근하자 쿠웨이트 건설회사인 `카라피 내셔널' 마크가 붙어있는 대형 트레일러 30여대도 대열을 이뤄 이라크 국경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이들트레일러에는 굴삭기와 대형 크레인들이 실려져 있어 이라크나 쿠웨이트 국경지역에대규모 공사가 진행중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들 대형 트레일러가 지나가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부서진국경마을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중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총 탄환 탄약통 수천통과 대전차미사일인 토우미사일 등을 가득 실은 영국군 군용트럭 20여대도 컨보이를 이루며 이라크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 트럭을 경호하는 영국군의 날까로운 눈매에서는 긴장감이 배어있었다.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전장터로 향하는 각종 보급차량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들 차량에는 생수와 대형 연료탱크 등이 실려 있었다. 국경마을 압달리에 거의 다다르자 쿠웨이트-이라크 국경지대에 배치된 유엔감시단(UNIKOM) 요원들이 묶었던 막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 막사를 사용하던 UNIKOM 요원들은 전쟁발발 직전 모두 철수해 버려지금은 텅 빈 채 파란색 유엔 깃발만 을씨년스럽게 휘날렸다. 압달리 검문소를 지나 국경에 이르자 미군과 영국군이 합동으로 검문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라크과 쿠웨이트 국경사이에 있는 비무장지대에는 쿠웨이트군이 참호속에 탱크 등을 배치해 놓고 국경수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217㎞에 이르는 쿠웨이트-이라크 국경을 가로지르던 철조망 일부가 제거돼 있었으며 아직 포장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쪽으로 새 길이 뚫려 있었다. 이 길을 따라 국경을 지났으나 여전히 사막지형이 계속되는데다 곧바로 민가들도 눈에 들어와 쿠웨이트 국경지역 풍경과 큰 차이가 없어 언뜻 보기에는 이 땅이이라크인지 쿠웨이트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새로 뚫린 길 옆에는 길게 늘어진 철조망 중간에 역삼각형의 붉은 표지판에 하얀 글씨로 `MINE'(지뢰)이라고 적혀 있어 국경임을 다시 실감케 했다. (쿠웨이트 북부사막 국경지역=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