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틱낫한(77)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민 평화 염원대회'의 정점은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이 스님을 과다 보호하는 바람에 걷기명상의 진수가 잘 드러나지 못했다. 행사 참석인원도 당초 주최측이 예상했던 10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3천여명에 그쳤다. 0...틱 스님과 비구.비구니 등 동행한 수행자 16명은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합장한 뒤 찬불가를 부르고 '나무 관세음보살'을 명호했다. 3천여 군중도 동시에 침묵명상에 빠졌다. 사람들은 손을 모으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틱낫한의 '꿈쩍않음'을 은은한 눈빛으로 지켜보는이들도 있었다. 스님은 이어 지구촌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메시지는 "어젯밤 이라크 전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새 호흡을 따라 '걷기 명상'을 하며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원했다"며 "미국에게 이라크를 적으로만들지 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친구로 만들라고 여려분이 한마음으로 기원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평화와 통일은 가슴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싸움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동포애"라면서 "남북한 두 정상에게 휴대폰을 하나씩 사줘서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서로가 평화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0...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걷기 명상은 틱낫한이 앞서 걷고 수행승들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무대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싱겁게' 끝났다. 기대했던 '명상 행렬'은 볼 수 없었다. 틱스님의 곁으로 다가서려한 참가자들을 보안요원이 저지한 탓이다. 대신 일반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제자리 걸음을 하며 조용히묵상에 젖었다. 하지만 시청 앞을 오가는 차량들의 소음과 햇살로 명상은 방해받는 듯 했다. 0...스님이 제안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걷기 명상은 들숨과 함께 두걸음을 내디딜 때 마음 속으로 '평화'와 '통일'을 되뇌고, 다시 날숨에서 두걸음을 옮길 때 '동포들이여'를 되뇌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님은 첫 걸음을 내딛기에 앞서 "침묵과 깨어있는 마음으로 명상하면 여러분이원하는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서 "여러분들이 세계 평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앞서 진행된 문화 행사에서 가수 안치환씨는 평화를 나누는 노래를 부른 뒤수십만명이 참가하는 유럽의 반전행사를 거론, "수천명의 사람이 참가하는 반전행사로는 미국이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면서 참가자 수가 '턱없이' 적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환경재단과 문화연대 등 주최측은 당초 행사에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